범어사 말사인 해은사는 김해 최고의 명당으로 불리는 분성산(분산이라고도함)만장대윗측 정상에 위치하고 있다. 해은사라는 이름은 인도 아유타국에서 고대 가야로 건너와 수로왕과 결혼한 허황후와 그녀의 오빠인 장유화상이 무사히 항해를 할 수 있도록 풍랑을 막아준 용왕님께 감사하다는 뜻에서 지어졌다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해은사에는 다른 사찰에서는 볼 수 없는 대왕전이라는 전각이 있다. 또한 분산성 내에 위치하여 왜적을 물리치기 위한 전진기지의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던 이곳은 역사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곳이다.
해은사에서 발견하는 역사적, 문화적 의미
남쪽으로는 낙동강 하류의 넓은 평야가, 동쪽과 서쪽으로는 김해시가 두루 내려 보이는 해은사는 깨끗하고 정갈한 모습을 갖춘 고요한 사찰로 마음이 정화되는 경험을 선사하는 곳이다. 특히 해은사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간직한 사찰로, 역사적, 문화적으로 남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장소로, 성지순례로 이곳을 찾기도 한다.
이곳의 주지(住持)인 범천스님은 지난 7월 해은사에 부임했다. 스님은 영천 은해사, 팔공산 동화사, 강화도 전등사 등과, 조계사 사회국장, 백양사 포교국장, 전통강원(승가대학)의 강사 등의 이력을 거치며, 부처님의 혜명을 잇기위해 정진해왔다. 해은사로 와서 생활한지 4개월 남짓이지만 스님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곳으로 온 이후 자신이 해야 할 역할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작은 사찰이지만 김해에서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곳이 바로 해은사입니다. 이곳에 있는 분산성은 전쟁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관민(官民)이 죽을 힘을 다해 세운 성곽으로 그 의미가 무척 깊습니다. 바로 이곳에서 김해의 역사를 살펴 볼 수가 있는 것이지요.” 성곽 복원에 더해 김해테마파크의 조성으로 인해 불교 신도뿐 아니라 많은 관광객들이 역사를 체험하며 힐링을 경험하기 위해 이곳 해은사를 찾고 있다. 언제든지, 누구나 자유롭게 찾을 수 있는 해은사는 1년 365일 24시간 개방이 되어 있다.
해은사, 나아가 김해시의 역사, 문화적 가치 되새겨야
주지스님은 김해 해은사로 온 이후 가야불교사와 김해시의 역사에 대해 깊은 관심을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김해불교사암연합회와 김해문화진흥원을 통해 ‘김해市史 정책토론회’ -”김해시史의 가야사, 어떻게 서술해야 하나?“를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 학술행사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김해시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과 문화를 후대에 바르게 전하기 위해 김해시에서 2016년 시사편찬위원회를 구성하고 계속 추진해온 사업으로, 가야國과 가야불교史의 중심에 서있던 김해, 수로왕릉과 수많은 고분과 유물이 남아있는 김해시사에 대한 연구가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고 하는데 역사는 바르게 정립되어야 하기에 ‘김해시사’의 올바른 정립에 힘을 쏟고있는 여러 시민단체와 이번 정책토론회를 개최한 두분의 현직 김해 국회의원, 그리고 김해의 조계종과 타종단 스님들은 김해시사의 바른편찬에 적극 힘을 보태고 있었습니다.
김해의 역사적, 문화적 의미뿐 아니라 가야와 관련된 유서 깊은 사찰(은하사 장유암 모은암 부은암 성조암 흥부암 연화사 해은사 등등 - 緣起사찰이라함)이 많은 이곳 김해에 대한 연구와 가야불교에 대한 연구가 더욱 깊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으며, 600여년간 한반도의 남쪽 넓은지역에 걸쳐 찬란한 역사를 이어온 금관가야를 비롯한 육가야국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은 김해라는 지역과 김해불교사를 넘어서는 한국사학계의 커다란 과제라 생각합니다. 특히 김해문화진흥원의 현 이사장인 도명스님의 著書 ‘가야불교, 빗장을 열다’라는 단행본 책자는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1700년 한국 불교사의 장자로서 대한불교조계종과 스님네들은 이러한 책임과 역할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김해의 중심 사찰인 해은사는 승병이 주둔했던 곳이라는 기록이 전해져 내려오기도 한다. “이러한 역사적인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불교는 백성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왔고, 이 시대에도 김해 시민들과 함께 하며 이 나라를 위해 붓다의 가르침을 널리 전파하는 그러한 장소로 자리매김해야할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해은사
해은사에서는 여타 사찰들과 마찬가지로 일 년에 4회 기도 및 불공을 올린다. 1월 정초기도, 4월 초파일봉축불공, 7월 백중기도, 12월 동지기도 등이다. 한해의 마지막 날 해은사 일대에는 일출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방문을 하는데, 코로나 이전에는 김해시의 지원을 받아 해은사 신도들이 준비한 떡국을 먹는 그 수가 천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이곳을 찾는 방문객은 다양하다. 인근 주민부터 시작해 김해시민과 전국 각지에서 해은사를 찾고 있다. 해은사에서는 초하루 법회와 보름 법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곳을 찾는 신도들을 위해 주지스님은 ‘불교예절과 상식 한토막. 부처님의 말씀과 법문 한토막을 각각 한 가지씩 집어주는 개념으로 법회를 진행한다고 한다. 스님은 30년전 94종단개혁 이후 불교수행의 낙처가 천수경의 십악참회를 넘어 십선으로 나가는 실천을 중요하게 여겼던 것처럼 이를 강조하고자 한다. “적극적으로 선을 실천하는 것, 즉, 힘든 중생들을 살려내는 것, 아픈 이들을 낫게 하는 것 등 사회의 보편적인 복지 문제들에 대해서도 나서야 합니다. 단지 불살생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 이제 적극적으로 어려운 이웃을 살펴야 하는 의식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공사상을 대표하는 것이 금강경이고 반야심경입니다. 공이라 하는 것은 그저 텅 빈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있음과 없음의 ’有와 無‘ 가 인연따라 있게 되고 없게 됨을 나투니, 그것이 바로 연기법 속의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진공을 바로본 바탕에서 묘유를 나투어 내는‘ 이러한 삶의 지침과 태도를 통해 이웃과 내가 삶의 공동체임을 철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처님의 공덕과 일생 생각해야
해은사는 기운이 상당히 좋은 도량으로, 풍수지리적으로도 뛰어난 곳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기도를 드리고 싶은 불심이 저절로 생겨나는 이곳에서 기도를 통해 부처님의 가피를 입은 신도들도 상당히 많고, 과거 모 대기업의 지관들이 이곳을 살펴보고 기운이 뛰어나다고 한 말이 전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주지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부처님 법에 입각해서 생각한다면 풍수라는 개념은 어린 시절 소풍을 가서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 여럿이 모여 김밥을 먹었던 것처럼, 약수물이 나오는 자리가 많은 사람이 쉬어갈 수 있는 공공장소로 사용이 되었던 것처럼, 그러한 공익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어느 상황에서든 우리가 풍수 좋은 곳을 찾는 바탕에는 개인의 명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공덕을 생각하는 더불어 함께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튼튼한 바탕을 배경으로 하여 가피도 바라고 기원도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자신을 위한 기도를 하지만 내 기도를 넘어 이웃과 사회, 그리고 이 나라와 세상의 평화를 기도하는 큰 마음으로 나아 갈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나 혼자가 아닌 이 세상과 함께 하나 되어 살아가는 것입니다. 부처님 도량에 와서 지나치거나 치우친 욕심을 내려놓고 기도를 하면서 감사한 마음,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합니다.”
문화재 사찰은 아니지만 ’전통사찰로 규정 된 의미‘는 이 ’해은사 도량 전체가 문화재로서 의미를 갖는다‘고 말하는 범천스님은, 앞으로 이 해은사를 문화적 가치가 깊은 힐링공간의 사찰로 이끌어가고자 한다. “아직 낙후된 시설이 많이 있습니다. 전통사찰로서 그 명맥을 이어나가기 위한 새로운 요사체 등이 필요합니다. 신도님들이 오셔서 휴식을 취하며 기도를 드릴 수 있는 쾌적한 공간을 갖추게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