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살률 OECD 1위, 자살 방지 예산은 일본의 20%도 안 돼. 국가가 나서야 할 때 / (사)나사랑자살방지 협회 강화식 회장
2019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이 26.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OECD 평균(11.3명)보다 2배 높은 수치고 자살률이 가장 낮은 터키(2.6명)보다 10배가 넘는 수치다. 지난 2018년 1월 문재인 정부는 ‘2022년까지 자살률을 17명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지난 2년간 국내 자살률은 끊임없는 증가세를 보였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7년 24.3명에서 2018년 29.6명으로 늘어났고, 2019년에는 29.9명으로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충남이 35.2명(2019`)으로 자살자 수가 가장 많았다. 천안시 (사)나사랑자살방지 협회 강화식 회장은 “충청남도와 함께 자살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면이 많다.”며 “국가적으로 인지하고 예방을 위한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자살 예방을 위한 국내 예산 지원은 일본의 20%도 되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일본은 2010년 24.4명에서 2015년 19, 4명으로 줄었고, 2016년에는 18.5명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존중전문 교육사 및 멘토 전문인 양성
강화식 회장은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고자 2011년부터 자살 방지 활동을 해오다 2013년 10월 11일 비영리 법인인 (사)나사랑자살방지 협회를 설립하고 충남지역 자살 예방을 위해 앞장서 왔다.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가장 우선시 돼야 한다고 판단해 생명존중전문 교육사를 양성하고, 자살 고위험군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1:1 멘토 전문인을 운용하고 있다.
충남도 인가를 받은 생명존중전문 교육사는 2015년부터 학교와 경로당을 방문해 강연을 이어오고 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생명존중 얼짱·꼴장 심리교육’을 실시했고, 학부모와 교직원을 대상으로 ‘댁의 자녀는 안녕하십니까(감정코칭)’, ‘교내 생명보듬 자존감 회복’ 등 2016년까지 86개 학교에서 137회의 강의를 진행했다.
자살 예방의 최선은 ‘교육’
경로당에서는 ‘아름다운 생명 존중, 아름다운 마무리’, ‘노인이 즐거워야 나라가 평안하다’, ‘노년기 생명 존중 교육’을 주제로 강의를 펼친다. 강화식 회장은 “노인들의 경우 사회적 역할 상실, 부모부양 기피, 독거생활로 인한 고독, 경제적 빈곤, 질고 등으로 인한 우울증으로 자살 충동을 가지게 된다.”며 “대부분의 노인들이 하는 말 가운데, ‘더 살아서 무엇 하겠나?’, ‘이제 살 만큼 살았다.’라는 말 속에는 후회스러운 과거, 참담한 현실, 암담한 미래가 모두 담겨 있다. 생명존중전문 교육사들은 경로당을 방문해 ‘생명(生命)은 글자 그대로 하늘(生)의 명령(命)을 수행하는 것’이어서 목숨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고 알리며 황혼의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원봉사자 ‘멘토’들의 활약
지난 2015년부터 경로당을 중심으로 심리평가지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자살 고위험군을 발견해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멘토들을 1:1로 매칭시켜 노인 자살 예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왔다. 최초 멘토들은 천안에 있는 17개 교회 목회자가 나섰다. 그리고 개인택시 운전기사도 있다. 개인택시 운전기사들의 경우 잠깐 타고 내리는 손님의 말과 목적지를 통해서도 자살을 직감하고 예방하기도 한다. 멘토 활동을 위해 교육을 받던 한 운전기사는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늦은 시간 손님을 태웠는데, 저수지로 데려가 달라고 해서 내려 주고서는 불안해서 경찰에 신고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그 사람을 물속에서 찾아 끄집어낸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강화식 회장은 “기사님들은 많은 사람을 만나고 짧은 시간에 손님과 이어가는 대화를 통해 이러한 위험을 감지할 수 있어 기사님들을 대상으로 한 멘토 교육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했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에는 마스크를 지원해 택시 운전기사들이 승객들에게 마스크를 선물 할 수 있도록 했다.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멘토들은 자살 위험 징후자들을 찾아가 자살 충동을 약화시키고, 말벗이 되어 고독사를 방지하며, 그들에게 정서적 안정을 주고 있다. 이러한 멘토들의 역할이 빛을 발했는지, 충남도 내 노인 자살률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강화식 회장은 지역 교회 성도나 지역민 누구나 멘토가 될 수 있다며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많은 이들이 참여해 주기를 바랐다. 얼마 전 강 회장은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들을 찾아가 생필품을 전달하고 노인 인권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고 왔다고 말하다 당시가 생각났던지 갑자기 눈물을 훔쳤다. “이 일을 한 지 9년이 됐는데, 딱히 후원이라는 게 없다.”며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