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3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에 따라 분립해 온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됐다. 대한체육회가 운영해온 엘리트 체육과 국민생활체육회가 이끌어 온 생활체육이 하나가 된 것이다. 체육 시스템의 구태와 비효율을 절연하고 유소년부터 스포츠를 활성화하여 궁극적으로는 엘리트 체육을 도모하는 스포츠 선진국 구현에 부응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5년이 흘렀다. 통합된 체육회는 어떻게 발전했을까.
천안시축구협회 이기호 회장은 지난해 11월 협회 통합 이후 제2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회장 취임 전에는 천안시축구협회 남부연합회장, 천안시축구단 이사, 그리고 지난 4년간은 천안시 축구협회 부회장으로서 축구의 흐름과 역사를 함께 했다.
이기호 회장은 지역 축구계의 통합에 대해 첫해는 혼돈의 상황이었다며 첫술에 배부를 순 없고 시행착오를 거치다 보면 조금씩 발전해 나갈 것으로 생각했다. “체육계가 통합된 궁극적인 목적은 유소년 스포츠를 활성화하고 기량을 키워 엘리트 선수를 발굴한다는 의미가 깊어요. 생활체육과 엘리트 체육이 이분법적인 게 아니고 결국은 하나로 연결된다는 거죠. 지난 5년간 클럽이 많이 생겨났어요. 예전에는 클럽은 보통 생활체육으로 가고, 학교가 엘리트로 가는 코스였다면, 지금은 클럽에서도 좋은 선수를 발굴하고 키워서 학교 못지않은 실력을 갖춘 팀이 많이 생겨났죠. 리그와 전국 대회도 클럽팀 따로 학교팀 따로 했는데, 통합된 후로는 함께 하고 있어요. 이런 부분들이 긍정적인 거죠.”
열정과 에너지로 협회를 채우다.
“협회도 처음에는 업무가 광범위해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난감했어요. 협회 일이라는 게 봉사활동이다 보니 정말로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으면 운영이 순조롭지 않아요. 기존에는 후원금이 절실했기 때문에 자금에 여유가 있는 분을 부회장으로 임명했는데, 저는 생각이 좀 달랐어요. 자금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관심과 열정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7명의 리그 회장님들을 부회장으로 모셨고, 현재 임원도 50명인데, 예전에 하셨던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같이 갈 분이 없다.’고 정중히 말씀드리고, 모두 초·중·고 감독님들로 구성했어요. 협회 운영은 봉사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축구에 열정과 에너지가 없으면 안 돼요. 축구 발전과 활성화를 위해 필요로 하는 곳에 첨가제도 넣어주고, 냉각수도 넣어주고 하려면 열정이 필요하죠. 자금은 후원과 협찬으로 매워야 하고요” 이기호 회장은 축구협회가 상주 직원을 제외하고는 무보수로 운영되는 봉사직인 만큼 관심과 애정이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현재 천안에는 80개 축구팀이 있다. 해마다 늘고 있고 앞으로도 더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천안에는 동부 리그, 서부 리그, 남부 리그, 여성 리그, 50대 리그, 60대 리그, 70대 리그 그리고 스페셜리그까지 팀이 많아요. 스페셜리그는 특출나게 잘하는 팀을 뽑아서 따로 만든 리그에요. 통합돼서 하다 보니까 잘하는 팀과 못하는 팀 성적 차가 너무 나는 거예요. 못하는 팀은 의욕이 떨어지고, 하기 싫어지고, 안 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발생해서 ‘아 잘하는 팀을 분리하자.’ 그래서 스페셜리그를 만들었죠.” 천안에는 축구팀이 많은 만큼 축구장도 타 지역보다 많다. 그런데 워낙 축구인이 많다 보니 이것도 부족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에 축구종합센터(NFC) 유치
지난 2019년 5월 천안시는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이하 NFC)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오는 2023년까지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일대에 1,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소형 스타디움과, 천연·인조 잔디 구장 12면, 풋살구장 4면, 다목적 체육관, 축구 과학센터 및 선수 300여 명이 동시에 묵을 수 있는 숙소, 상근 직원 200명이 사용할 사무동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천안시는 NFC 유치로 2조 8,000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1조4,000억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기호 회장은 향후 천안이 축구의 메카가 될 수 있는 입지를 갖추는 것이라며 충남과 천안이라는 브랜드 가치 제고는 물론이고 국내외 관광객 증가로 지역 경제의 활로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파주NFC는 국가대표팀 소집 때만 문을 열어 다소 폐쇄적이에요. 천안NFC는 다르게 운영될 거예요. 대한축구협회가 쓰는 부분도 있고, 천안시가 쓸 수 있는 부분도 있어요. 공항이라는 접근성이 있어서 국제적으로 게임을 유치할 수 있고, 동계 훈련도 잡아서 진행하면 지역 경제도 훨씬 더 활성화 될 거예요.”
천안시축구단 K2 프로팀 창설. 국가대표 출신 김태영 감독 영입
NFC 유치와 함께 오는 2023년에는 천안시축구단 프로팀(K리그2)이 탄생한다. 이를 위해 국가대표 출신 김태영 감독이 지난해 1월 천안시축구단(현 K3)에 합류했다. 김태영 감독은 공격적인 축구를 지향하는 역동적인 축구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 상반기 리그에서 24득점을 획득하며 리그 2위를 차지했다. 이기호 회장은 천안에 K리그2 축구단이 생기는 만큼 구단주인 시장이 좀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랐다. “천안은 이제 명실상부 축구의 중심지가 되는데, 시장님이 소극적이면 안 되죠. 시민구단은 정말로 시장님의 관심과 열정이 가득해야 해요. 이것을 발판으로 천안이 스포츠 도시가 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달린 문제거든요. 굉장히 중요한 시기에요.” 이기호 회장은 다음 시장도 그다음 시장도 축구를 좋아하는 시장이 오기를 바랐다.
올해 전국체전 초·중·고 충남 대표 모두 천안에서 나오다.
이기호 회장의 큰 그림은 천안을 대표하는 선수 발굴이다. 천안에는 역사가 깊은 축구 명문 초등학교도 있고, 7, 8세 어린이 팀과 초등 유소년팀으로 구성된 클럽팀도 많다. 협회 주관으로 유소년 시합을 통합해 클럽팀들이 나와서 함께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추진하려고 한다. “어느 경기보다 열정적이에요. 잔치에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아이들 공차는 거 보러 오시고, 응원하고, 이게 생활화되면 자연스럽게 중학교로 진학 되겠죠. 그리고 축구 잘하는 아이들이 외지로 나가지 않고도 천안 내에서 키울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해요. 이 아이들이 크면 또 생활체육으로 돌아와요. 때문에 엘리트와 생활체육을 구분 짓기보다 생활체육을 통해 엘리트를 육성한다는 취지가 맞다고 생각해요” 올해 각별하게도 충남을 대표하는 전국체전 충남 대표 초·중·고가 모두 천안에서 나왔다. 천안초등학교, 천안중학교, 천안축구센터 U18 팀이다. 이기호 회장은 “영광스럽게도 초중고가 함께 뽑힌 건 처음 있는 일이다.”며 뿌듯이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