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창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길을 비롯해 갯벌, 해수욕장 등 다양한 여행지를 지녔을뿐 아니라 고추, 수박, 복분자 등 비옥한 토양에서 자란 특산물을 자랑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또 하나 주목할 것이 있다. 바로 한우다. 청정한 자연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란 고창 한우의 명성은 지속적인 연구, 꼼꼼한 관리로 탄생했다. 고창의 한우 농가는 800농가. 전체 한우 두수는 4만 2, 3천에 이른다. 최근 고창의 한우농가 4곳은 저탄소 축산물 농가 인증을 받기도 했다. 저탄소 축산 기술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균 10퍼센트 이상 줄인 것이다.
앞을 내다보고 시작한 축산
고창의 한우 뒤엔 전국 한우협회 고창군지부 류기상 지부장의 노력이 숨어있다. 현재 고창군 축산연합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올해 64세이다. 원래 그는 귀금속 사업을 했다. 그러다 20년 전, 40대에 들어서 뒤늦게 축산업을 시작했다.
다소 늦은 때였지만 그는 천천히, 먼 앞을 바라보았다. “고창은 문화적으로나 지역적으로 큰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이러한 좋은 환경에서 당장을 본 것이 아니라 앞을 내다보고 축산업을 시작했어요. 4, 5두부터 시작해 서두르지 않으며 규모를 늘려갔죠. 2015년경에는 100두라는 숫자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축산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이 일을 업으로 삼으면서부터 축사도 늘려갔고요.” 현재 그가 키우고 있는 소는 360두. 600두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크기의 농장 규모를 지녔지만 그는 탄탄한 성장을 위해 자연스럽게 두수를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깊은 연구와 세심한 관리로 탄생한 고창 한우
고창 한우는 일반적인 30개월 출하와 달리 25개월 출하를 한다. 한우로선 고창이 유일하다. 젊은 인재들의 참여, 깊은 연구와 노력 끝에 얻어낸 결과다. 그런 한우는 품질도 빠지지 않는다. 등급도 높다. “25개월 출하 한우의 등급 역시 1+, 2+입니다. 연구와 개량을 통해 이루어 낸 이러한 결과는 고창 농가들의 긍지라 할 수 있죠. 이에 대해 농림식품부에 사업비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그는 고창을 넘어 국내 전체의 축산 농가들이 이러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그는 사료를 사용함에 있어서도 좋은 사료를 모든 농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자 노력한다. 자신뿐 아니라 모든 농가에서 좋은 비료로 품질 좋은 한우를 생산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그래서 이달부터는 새로운 시도를 한다. “이번달부터는 고창의 농가들이 사료 효율이 높고 육질 향상에 도움이 되는 한우중앙회의 EM사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에 있습니다.”
자동화된 축사 시스템을 통해 환경 개선에도 신경쓰고 있다. “과거엔 축사를 운영하면 악취가 발생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돼 과거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시설 교체 등을 통해 관리가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창 한우의 맛은 여러가지 이벤트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고창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서 고창 한우의 맛을 널리 알리고자 다양한 메뉴와 맛을 선보이는 무료 시식회 등을 마련하기도 했다.
지역의 여러 단체나 급식을 지원하는 등, 이웃을 위한 봉사도 활발하다. 오는 9월 유통센터 인근에 정육식당 오픈을 앞두고 있는 그는 기공식 때 개인적으로 한우 50kg를 장애인 단체에 기부하기도 하는 등 봉사에도 큰 관심을 지니고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한우를 공급하기 위한 노력
류회장이 정육식당의 문을 여는 것은 더 많은 소비자들에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한우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그는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품질 좋은 한우를 공급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었다. “소 값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유통구조 때문입니다. 육가공업체에서 가격을 낮추지 못하는 것이죠. 하지만 직접 키운 소를 유통의 과정 없이 직접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면 소비자들이 좋은 품질의 한우를 낮은 가격에 즐길 수 있습니다. 제가 갖춘 시스템에선 이러한 구조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한우를 공급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고창의 한우는 비전이 높다. 하지만 여느 귀농처럼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경제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수익성을 위해선 최소 200두 이상으로 시작해야 하죠. 두수를 늘리는 것 또한 사료값, 순환 등을 고려해 자연스럽게 늘리는 방식을 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규모와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그의 조언이다.
류 회장은 새로운 사업을 통해 한우협회의 발전에도 힘쓰고자 한다. 현재 지원을 받고 있지만 좀 더 쾌적한 환경을 위해 정육식당 부지 일부분에 한우협회 사무실을 마련하고, 농가들과 함께 모두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사업의 추이를 지켜보고 추후에는 협회회원들과 의기투합해 함께 공생하는 구조의 사업으로 확장할 계획도 갖고 있다.
한우협회의 발전을 위해 회원확보에 주력하고자 하는 그는 군에 “축산농가가 적고 신축농가들이 드문 현재, 축산농가들의 어려운 사정을 헤아려주고, 고창 한우와 농가들의 발전을 위해 한우 정책에 더 큰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하며 “‘2023 고창방문의 해’를 맞아 많은 분들이 고창을 방문해 고창의 풍부한 문화와 먹거리를 즐길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