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2022년)부터 꿀벌들이 집단 폐사하며 양봉 농가에 이어 과수농가, 종묘 업계 등이 큰 피해를 겪고 있는 가운데, 한국양봉협회 군위군지부 박용민 지부장은 그 피해 에서 한 발짝 비켜날 수 있었다. 그의 양봉장이 청정지역인 군위군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청정지역 군위군에서도 산속 깊숙이 들어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곳에 자리 잡아 큰 피해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아까시 군락지 장소로서도 그렇고 자연이 주는 혜택이 커 감사함을 느끼며 양봉을 하고 있습니다.”
위기가 곧 기회! 군위군에서는 수정벌을 많이 하는데 보통 4~500통씩 하며, 가까운 성주 비닐하우스 참외재배 농가에 임대 또는 판매를 한다. 양봉 경력 약 20년 정도 된 박용민 지부장도 수정벌을 키우고 있으며 꿀 채취를 위해 영천, 풍기 쪽으로 이동도 한다.
벌들이 집단 폐사했지만 그 죽음에 대한 정확한 병명과 원인이 나오질 않아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올해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그는 위기가 곧 기회라고 말한다.
“극복할 수 있습니다. 양봉은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그해의 기후에 따라 벌의 상태가 좋아지거나 나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예년과 달리 매우 심각합니다. 그러나 벌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관심과 애정으로 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올해 하우스 수정벌 1통의 가격이 25만~30만 원에 거래되었습니다. 예전에 1통에 8만 원 받을 때는 정말 비전이 없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벌통값이 많이 올랐지만 박용민 지부장은 10년 이상씩 거래한 단골 고객을 위해 한 통에 18만 원만 받고 있다. 단골 고객과의 신뢰를 저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분들이 저를 안 떠나는 것처럼 저도 돈 몇천만 원 더 벌겠다고 그분들을 저버릴 수 없습니다. 그분들을 배려해서 우선적으로 드리고 있습니다.”
양봉을 하나의 직장처럼 박용민 지부장은 양봉이 하나의 직장이기 때문에 도시 사람들이 아침에 나가서 저녁에 퇴근하는 것처럼 양봉도 일이 있든 없든 간에 특별한 일 아니면 퇴근할 때까지 양봉장에서 계속 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꿀벌의 대체 먹이인 설탕물은 발효가 지나면 썩지 않습니까? 썩으면 질병이 생길 수 있습니다. 벌을 편하게 관리하기 위해 자동으로 설탕물을 급여해주는 시스템이 있는데, 그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그 시스템으로는 설탕물 그릇을 깨끗하게 소독하기 어렵고 자신이 직접 손으로 설탕물을 급여하는 것이 벌들한테 가장 좋습니다.”
관리를 많이 하면 할수록 수익성이 좋아진다. 벌들의 식사를 잘 챙겨주고, 벌통에 소초라고 하는 인공 벌집을 제때제때 넣어줄수록 효율이 높아진다. 벌들의 건강과 에너지가 좋아지고, 소초 외의 공간에 벌집을 짓는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양봉을 하면서 후회한 적은 없다. 오히려 선택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양봉에 도전하려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정년퇴직하고 혼자서 양봉 시작해도 해도 괜찮습니다. 한 2~3년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노력을 해야 자기 실력이 됩니다. 직장 개념을 가지고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을 하는 양봉을 한다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하우스 벌은 팔기가 더 좋습니다. 꿀은 좋은 안 좋은지 분별하기 힘들지만 벌은 벌통 뚜껑만 열어봐도 압니다.”
사양꿀은 벌을 관리하면서 먹이인 설탕물을 주어서 남은 것을 채취한 꿀이다. 그러나 사양꿀을 천연꿀인 줄로 아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사람들이 정확히 알고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천연꿀을 만드는 양봉업자들이 입는 피해를 막기 위해 사양꿀의 표기 방식은 변경할 필요가 있다.
양봉인들의 단단한 결속력 필요한 때 한국양봉협회 군위군지부에 등록되어있는 양봉 농가 수는 약 250 농가다. 연말에 한 번 총회를 하는데 꿀벌들의 질병 문제가 단연 화두다. “한국양봉협회에서는 우리 회원들의 바람인 꿀벌의 폐사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 해결해 줄 것을 부탁드립니다. 또한 우리 지부 회원님들, 어렵고 힘들더라도 자연꿀 생산만 고집하는 당신, 정말 자랑스럽고 존경합니다.”
마지막으로 박용민 지부장은 공무원들이 현장에 좀더 자주 나와 애로사항을 확인해주고, 이번에 군위군이 대구광역시로 편입되었는데, 양봉인과 다른 농민들이 도시화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좀 더 신경 써주면 좋겠다고 시에 당부의 말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