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표소에서 북대 미륵암까지 올라가는 약 15km 정도의 길은 울창한 나무들로 가득하다. 푸르른 숲이 우거져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포장되지 않은 길이지만 잘 정돈되어 걸어 올라가기에 불편함은 없다. 대한민국에서 최고 아름다운 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 싶다. 짙은 숲의 내음과 산새 소리를 들으며 걷노라니 지금껏 가슴에 쌓여 있던 모든 근심걱정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마음에 고통이 심하고 번뇌가 있다면 이 길을 한 번쯤 걷기를 권하고 싶다. 이 길이 이끄는 곳, 미륵암에서 11년째 주지 스님으로 계신 덕행 스님을 만나 뵈었다. 들려주시는 모든 이야기가 가슴 깊이 박히는 진리였다.
미륵암 여름풍경
2013년부터 비약적으로 불사 이뤄, 모든 것은 월정사 큰 스님의 월력이라
북대 미륵암은 우리나라 최초의 아라한 도량이다. 삼국시대 신라의 맨 끝 땅이었던 이 곳에서 처음으로 아라한님을 모셨다는 것이 삼국유사 기록에 남아있다. 일제 강점기에 화재로 소실됐다가 4년 전에 복원해 아라한 기도도 하고 있다. 대웅전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비롯한 16아라한이 있으며 후불당에는 목각으로 만든 500나한상이 웅장한 모습으로 신도들을 맞는다.
월정사의 말사로 지어진 지 1400년가량 되었을 정도로 그 역사가 깊지만 최근 몇 년간 가장 큰 도약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덕행 주지스님은 “미륵사가 이렇게 많이 바뀐 적이 없었을 것이다. 2009년 처음 부임해 왔을 때는 요사체와 조그만 법당만 하나 있었는데 2013년부터 시작해 계속적으로 불사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참선방도 여기 존재한다. 불사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절 아래쪽에 현대식 건물을 짓고 있는데 3층 규모다. 1층은 신도님들이 식사할 수 있는 공양간 요사체이고 2층에는 신도님 숙박할 수 있는 곳, 3층은 직원 숙소로 사용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미륵암 전경
인터넷상에는 덕행 주지스님이 천일기도를 하고 나서 이렇듯 순조롭게 불사가 일어났다는 이야기도 돌아다니지만 정작 스님은 모든 것이 본사 주지 스님의 월력이라고 공을 돌렸다. “월정사가 본사 중에서도 가장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 나라나 기업이 일어날 때도 보면 한 번에 확 일어나게 되는데 월정사가 지금 그런 때에 있는 것 같다. 저도 그 안에 포함되어 함께 일어나고 있는 것뿐이다. 이 자리에 와서 복을 지을 수 있었으니 월정사 큰 스님께 항상 감사할 따름이다. 이런 자리 올 수 있도록 항상 믿고 지켜봐 주신 것에 감사해 보답하려는 마음뿐이다. 어느 정도 되면 토굴로 가려고 한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앞으로는 스스로의 수행에 더욱 매진하고 싶다.”
예상을 뛰어 넘는 답변으로 진리 깨우쳐 주시다
덕행 주지 스님께서는 본 기자의 질문에 언제나 예상외의 답변을 들려주셨다. 어느 사찰에서도 이야기 해주지 않은 방향으로 신선하면서도 색다르고, 그렇지만 깊은 진리를 담고 있는 답변인지라 인상적이었다.
침체된 불교를 더욱 발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가르침을 묻자 “나는 불교가 침체 되어 있다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하셨다. “불교는 몇 천 년 전부터 내려온 것이다. 불교는, 그리고 진리는 변한 적이 없다. 사람들이 달리 볼 뿐이다. 세상 사람들이 다 부처가 되어도 나 하나 되지 않으면 끝이다. 불법이 융하고 그런 곳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것이었다.
중생들이 기복신앙으로 불교를 찾는 데 대해서도 나쁜 것이 아니라 하셨다. “기복신앙 있는데 그것도 나쁜 것 아니다. 끈기가 없는 분들은 복을 빌면서 불교로 들어오신다. 처음 불교에 들어올 때는 자식 걱정에 들어오시는 분이 많지 않은가. 하지만 나중에 보니 이게 아니구나 하면서 불법에 들어온다. 처음에 기복으로 들어와서 나중에는 기복을 떠나 수행길로 들어오게 될 것이다. 불교에도 단계가 있기 때문에 기복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산사의 겨울
욕심 버리고 만족한다면 윤회 벗어나 행복할 것
덕행 주지스님은 윤회를 벗어나 행복하려면 욕심을 버리면 된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경허 큰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봄을 찾아 그렇게 많은 산을 돌았는데 돌아와 보니 뜰 앞에 매화가 마당에 피어있었네’라고 하셨다. 좋은 것을 쫓으러 욕망하다가 내 앞에 있는 행복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무수한 세잎클로버 속에서 네잎클로버를 찾아 헤맨다. 그런데 세잎클로버 꽃말은 행복이고 네잎클로버는 행운이다. 행운을 찾아 헤매느라 있는 행복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라면서 “행복지수가 높은 티벳, 부탄 등을 보면 잘 사는 나라는 아니다. 비교를 하지 않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 나는 나의 갈 길을 갈 뿐이고 저 사람 잘 사는 것은 전생에 복을 쌓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원망이 없다. 이 생에 복을 많이 쌓아서 다음 생에 잘 태어나면 된다고 믿으면 된다.”는 가르침을 주셨다.
요즘같이 어려운 때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향한 마음가짐을 묻는 질문에는 “다들 어렵다고 하는데 어려운 것 없다. 가면 갈수록 경제는 좋아진다고 생각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 때부터 ‘경제를 살리자’는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그 때보다 지금 GNP도 높아지고 수출, 소비도 늘었다. 가면 갈수록 삶은 윤택해 지고 있다. 만족할 줄 알아야 하는데 비교를 하기 때문에 불행해 지는 것이다.”라는 답변을 주셨다.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이 땅이 온통 가시밭길로 덮였다고 해서 어떻게 길을 모두 가죽으로 덮을 수 있겠는가. 나 하나 가죽신을 신으면 그 뿐인 것을 이라고 하셨다” 라는 이야기 역시 깊이 새겨졌다. “세상이 아무리 악하고 어려워도 그 세상을 탓하면 안 된다. 내가 선하면 된다. 내가 나를 바꾸면 된다. 잘하는 것 고마운 것만 찾아내 칭찬해 주면 좋다. 세상은 낙관론자가 지배한다. 불평하는 자는 계속 불평만 한다. 부처님은 낙관론자이고 지극히 개혁가다. 안주하는 것 없이 내가 먼저 나를 바꿔야 한다. 상대가 잘못한 것 아니라 내 잘못한 것을 보라.” 는 말씀이었다.
그 동안 들었던 어떤 가르침과도 같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주신 덕행 주지스님은 한없이 겸손하시면서도 말씀에는 굳건한 뿌리와 힘이 가득했다. 울창한 숲길을 거쳐 미륵암으로 가면서 근심 걱정은 비워지고, 그 마음 한 가득 깊은 가르침을 담아온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