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확실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더 자주 보고 싶고, 이야기를 듣고 싶게 만드는 특유의 ‘매력’을 뿜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천비사의 명진 스님은 단언컨대 그런 매력을 지닌 스님이셨다.
명진스님은 4세라는 어린 나이에 동자 출가해 여러 사찰에서 주지의 소임을 맡아 왔다. 하지만 오히려 이론에만 매달리느라 행함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스스로를 낮추었다. 어려운 불교 교리에 대해 늘어놓거나 지식을 뽐내며 진리를 알려주려는 것이 아니라 편안한 마음으로 찾을 수 있는 절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불교계의 병폐에 대해서는 날선 비판도 서슴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부족함에 대해서도 솔직하고 거침없이 드러냈다.
진심으로 수행에 힘쓰는 비구를 뜻하는 ‘과천비구’에서 명명한 ‘천비사’
천비사 사찰은 ‘과천비구’(寡淺比丘)라는 불교 용어에서 따왔다. ‘과천비구’란 2종비구(二種比丘) 중 하나로 경전을 많이 읽지는 않지만, 전심으로 수행에 힘쓰는 비구를 의미한다. 경전을 독송하기 좋아하지만 수행을 병행하지 않는 비구를 뜻하는 다문비구(多聞比丘)와는 반대라고 할 수 있다.
명진 스님은 “나 스스로가 이론적으로는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행’(행함)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태까지 중앙소임을 받기 위해 일정 자격을 갖추려 공부에 매진해 왔다. 학위도 3개를 땄다. 하지만 공부에 매달리다 보니 ‘실천’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경전을 듣거나 외는 일보다 수행 실천에 힘쓰는 비구가 되고 싶다.”라고 설명했다.
천비사는 신도들에게는 언제나 편한 마음으로 찾을 수 있는 장소가 되고 있는 듯 했다. 명진스님은 “저희 절처럼 편하게 신도들이 다니는 곳 없다고 장담한다. 24시간 열려 있다. 불교가 지금은 다른 종교에 비해 침체 되어 있는 원인은 불필요한 권위의식과 거리 두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가 스님과는 겸상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공간은 그리 크지 않은 만큼 피할 공간도 없다. 나는 보살님들과 함께 식사도 한다. 혹시 내가 없더라도 라면, 커피 등 놓여있는 것 먹고 치우고 가기만 하면 된다.”고 전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무것도 갖지도, 버리지도 않는 삶 살아가고파
명진 스님의 현재 삶의 방향은 한 단어로 ‘휴적’(休寂)이다. 쉬고 고요한 상태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스님은 “대외활동도 했고 승가도 이끌어 보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있다. ‘신심명 경전’에 보면 세상을 편하게 사는 방법 중 하나는 버리지도 갖지도 않는 것이라 나와 있다. 이렇게 살고자 한다는 소신을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은 5년 전 대장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한 후로 보였다.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져 자신의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어 지면서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고 삶의 의미를 찾는 전환점이 되어준 것 같았다. 대장암 수술을 하고도 병원에서는 이틀 만에 퇴원했다. 원주에 60평 되는 토굴에 누워 이겨냈다. 명진 스님은 “저는 능력이 없으니 갖고 싶은 마음이 없고, 욕심도 없고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생활하는 데 불편함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진정한 보석은 숨어 있어도 드러나는 법이 아닐까. 작은 규모의 천비사이지만 행례가 있으면 연간 약 1,400명에 이를 정도의 많은 신도들이 찾고 있다고 한다. 지난 1월에 밴드에 가입하고 소참법문을 올려드렸는데 4개월 활동 만에 100명이 채 안되던 가입자가 1,800명을 넘어섰다. 너무 힘들어 일대일 챗에서는 답도 하지 못하고 있어도 며칠 만에 170개 이상이 쌓여 있을 정도다.
승려교육 강화, 스님다운 스님 되어야
명신 스님은 끝으로 한국 불교의 발전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우선 승려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스님다운 스님, 스님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만 배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렵게 스님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후에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면 도태시키는 것이 옳다 하셨다. 더불어 스님들이 갖고 있는 권위를 스스로 내려놓아야 한다고 했다. 명진 스님은 “스님이니 당연히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여기면 안 된다. 보살이 들어오시면 어른처럼 모신다. 서로 간에 예의를 지켜야지 군림하려 하면 안 될 것이다.”고 전했다.
명진 스님은 스님으로서의 본분을 잊고 욕심을 부리게 되는 현실을 경계했다. “나의 신조는 ‘부처님을 팔아서 돈은 벌지 않겠다’이다. 요즘 일부 사찰에서는 부처님이 소원을 성취해 줄 것이라 약속한 것처럼 대가를 요구한다. 이런 행위는 ‘거래’라고 본다. 진정한 기도가 아니다. 이 곳 천비사에서는 무엇을 하라고 강요하는 것도 없고 제도 없다. 물론 천도제 등은 해 드리지만 금액도 정해져 있지 않다. 저는 그저 제가 해 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다 해드릴 뿐이다.”
명진스님은 “절에서 돈 버는 방법을 일러주지 않는다. 대부분 사찰에서는 영험한 도량이라 하며 어떤 것을 하면 이뤄지리라 하지만 천비사에서는 기복을 조성하지 않는다. 그 기복에 빠져 있는 것들을 꺼내 주는 것이 스님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천비사에서는 ‘성불하세요’라는 인사 대신 ‘불공합시다’라는 인사를 주고받는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나는 당신을 부처님처럼 공경하겠습니다.’라는 것이며 또 하나는 ‘부처님 공부를 하겠습니다’라는 뜻이다. 들어온 길에 부처님 법 잘 배워서 나가는 길에 부처님 법 잘 행하소서라며 빌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