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장군을 만나기 위해 일러준 대로 길을 들어섰지만 간판을 찾기 어려웠다. 흔히 큰 간판을 내 걸어 사람을 끌어 들이게 마련인 것이 법당이련만 이 곳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게 꼭꼭 웅크리고 숨겨 놓은 느낌이었다.
천신장군은 “20년 넘게 무당 생활을 하고 있다. 법당만 잘 지어놓고 하면 손님이 줄을 서서 올 것이 뻔하다. 그냥 지나다니던 사람이 들어오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진정 연이 닿는 사람만 빌어줄 뿐이다. 그래도 단골손님들과 소문을 듣고 찾아온 이들이 넘쳐난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경제적인 것에는 초연한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천신장군은 점사를 봐주는 것으로 경제적인 이득을 보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점사를 보지 않아도 경제력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천신장군은 무속인들이 돈에 욕심이 생기면 거짓말을 하게 된다며 금전적인 것을 초월한 마음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점사비도 정해져 있지 않다. 있는 대로만 올려놓고 가라고 한다. 주변에서는 욕심 좀 부리라는 소리도 들었지만, 돈을 따지고 드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한다.
소문난 고수인지라 TV프로그램 엑소시스트에서도 섭외를 해서 도움을 주기 위해 출연은 하진 했지만 유명세를 피하기 위해 모자이크 처리를 하고 출연했다. 보통 무속인이라면 손님을 끌기 위해 방송 출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과는 다른 모양새였다. 주변인들에게도 법사인 것을 알리지 않았다. 친구도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힘든 사람 달래주고 풀어주는 것이 우선
돈을 버는 데에만 급급한 무속인들에 대해서는 경고를 잊지 않았다. “무속인 300만 시대다. 골목마다 무속인들이 넘쳐난다. 그 중에 30% 정도만 자기 길을 닦아 착실하게 본분을 다 한다고 본다. 대다수가 돈벌이를 위해 작은 일을 크게 만들곤 한다. 분명 문제가 있는 집은 있다. 이를 딱 집어주는 것은 우리의 역할이다. 하지만 작은 것으로도 충분히 방피 할 수 있는 일을 너무 불안하게 만들어 부적, 굿등을 강권한다.”는 것이다.
무속인들은 힘든 사람을 달래주고 풀어주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돈은 그 이후에 따라오는 것일 뿐이라며 많은 이들이 거짓말을 해서 돈 버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따라서 점사를 보고 싶은 사람들도 무턱대고 맹신하지 말고 자신의 마음을 다 잡고, 내 마음에 위안 주지 않고 돈 이야기만 한다면 그 집은 가지 않아야 할 것이라 조언했다.
“‘내가 이길 수 있다. 할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점과 부적에 꼭 의지해야 하는가? 꼭 생각하고 스스로 하다하다 어쩔 수 없을 때 오기를 바란다. 조금 궁금하다고 막힌다고 무조건 점을 찾지 말아야 한다. 좋은 말만 듣고 나쁜 말은 나가기 전에 버려라. 계속 생각하고 걱정하면 안 된다.” 는 그의 말은 어떻게든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며 이끄는 여타 무속인과는 확실히 달라보였다.
부적도 잘 해 주지 않는다. 뭐든 의지하고 의존하게 되면 습관적으로 쓰게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필요한 경우라면 자시부터 새벽 2시까지 3시간을 기도 하면서 기운을 불어넣은 부적으로 확실한 효과를 보장한다.
빙의, 신병, 조상풀이에 특히 영험해
천신장군은 특히 신병, 빙의, 조상풀이에 전문가다. 스스로도 혹독한 신병을 겪어 봤고, 4천만 원 이상 되는 큰돈을 내림굿을 하기 위해 바쳤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원래 그는 세례명을 받은 천주교 집안이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이상한 꿈을 많이 꿨다고 한다. 꾸고 나면 몸이 아픈 날들이 이어졌다. 꿈속에서 만난 도사할아버지가 “너는 이 집 자식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는데, 확인해 보니 입양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군 제대하고 23살부터 25세까지 3년간은 신병을 앓았다. 온 몸에 마비가 와서 누워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사회생활도 할 수 없이 며칠씩 앓아누웠다. 대구 중구 시내 쪽에 살면서 그 동네 무속집을 전부 다 다녔다. 어린 나이지만 돈은 많이 벌어 여유가 있어 26살에 500만원을 들고 유명하다는 곳은 전부 찾았다. 90% 이상이 모두 신의 길을 가라고 했다. 그래서 신 굿을 했다. 무려 2천만 원의 큰돈을 주고 했지만 신선생과는 맞지 않았다. 마치 다단계처럼 손님을 끌어오라고 시키고, 영업을 시켰기 때문이다.
천신장군은 “제대로 제자를 키우려 하지 않는 무당들이 많다. 명함도 없던 애동 시절에 찾아온 이들은 제자로 받아줄 수도 없어 다른 보살들에게 다 보냈지만 돌아오는 것은 욕이었다. 갔는데 돈만 까먹었다 하더라. 그래서 이후로 나처럼 신병과 빙의로 괴로워하는 이들을 제대로 치유해 주기 위해 다시 옛날 무속부터 공부했다. 옛날 할매할배들이 어떻게 무속인 생활 했는지부터 다시 익힌 것이다.”라며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의지를 전하기도 했다.
천신장군은 자신의 역할은 심리상담과도 같다고 설명했다. “여기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힘들고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다. 측은한 마음에서 위로해 줘야 한다. 병원에 가면 약으로 위로해주고 심리치료를 해 주는 것처럼 마음을 풀 수 있도록 대화 상대가 되어준다. 올바른 방향을 알려주고, 위로해 주면 마음의 위안을 받고 평안 받아가는 것이다.” 천신장군은 자신을 찾는 이들과 함께 울어 주고 진정으로 치유하려는 자세를 갖고 있었다. 힘겨운 상황에 처해 있다면 포근함을 느끼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천신장군을 찾아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