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치즈의 역사는 지정환 신부(디디에 세르테벤스)에 의해 임실에서 시작되었다. 벨기에 태생으로 1964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한국에 오게 된 그는 임실의 척박한 환경을 보고 산양 두 마리로 치즈를 만들었고 임실에 치즈 공장을 세웠다. 가난한 작은 마을 임실은 치즈의 고장이 되었고, 치즈는 임실을 대표하는 특산품이 되었다.
우리나라 치즈 역사 발전에 이바지
임실의 영농조합법인 이플 송기봉 대표는 우리나라 치즈 역사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한 장본인이다. 20대라는 젊은 시절부터 지역의 발전을 꿈꾸었던 그는 치즈를 통해 그러한 목표를 이루어냈고 우리나라의 치즈를 발전시키는 데에 크게 일조를 했다. “1983년부터 낙농을 해서 현재 40년이 되었습니다. 20대 젊은 시절 친구들은 모두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떠났지만 전 이곳에 남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지역 임실을 발전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지역 발전을 이루어내고자 하는 열망이 컸습니다.”
송기봉 대표는 임실 치즈의 역사에 대해 남다른 생각을 지니고 있다. “지정환 신부에 의해 시작된 임실 치즈는 단순한 치즈가 아닙니다. 지역민들을 위해, 지역의 발전을 위한 발걸음이었지요. 그러한 지정환 신부님의 철학을 배웠고, 그 철학을 이어받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임실 치즈의 발전을 위한 송기봉 대표의 여러 가지 활동들은 모두 이러한 고유의 철학을 이어받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납유 초기 모기업에 우유를 공급했던 송기봉 대표는 83년도에 군청로비에 우유를 쏟아붓고 집유처를 산양협동조합으로 바꾸었다.27세라는 젊은 나이에는 산양협동조합에서 감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84년도에는 ‘100평 이하 제조업에 대한 허가취소’가 내려와 지역의 많은 농가들이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는데, 그는 이때 마을을 살리고 농민을 살리기 위해 움직였고 치즈공장을 현재의 장소로 옮길 수 있도록 막후에서 가교역할을 했다. 우유 수급 불균형 사태 때도 발 벗고 나서 직접 농림부를 찾아간 그는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우유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문제를 해결했다. 67년 지정환 신부에 의해 시작된 치즈의 역사가 지금까지 어이지도록 한 데에 보이지 않는 큰 공을 세운 것이다.
‘찢어먹는 치즈’를 탄생시키다
그는 현재 로봇을 활용한 최첨단 시스템으로 축사를 운영하고 있다. “초현대 시설, 자동화 시스템으로 위생적이면서 동물들에게도 건강한 방식으로 소를 키우고 있습니다. 임실군 최초로 로봇 시스템을 적용했지요. 자동화 시스템으로 먹이를 주고 분뇨를 치우고 젖을 짜는 시스템도 갖추었습니다. 소들이 잠을 자는 침대칸도 따로 마련되어 있지요. 소들에게도 편안하고 좋은 환경을 갖추었습니다.” 그는 2013년 임실군 산업장상, 2014년 농림축산식품부 신지식 농입인장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플’이라는 말은 ‘청순하고 소박하다’라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로, 이플의 철학이기도 하다. 이플은 청순하고 소박한 마음으로 정직한 가공을 원칙으로 삼고 안전하고 건강한 제품을 만들고자 한다. 이플은 현재 찢어먹는 치즈, 구워먹는 치즈, 늘려먹는 치즈, 고다 치즈, 매운 할루미 치즈, 요구르트 등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는 ‘찢어먹는 치즈’라는 말을 처음 만들었다. “예전에 뉴질랜드에 가서 고기를 말려 육포를 만드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치즈를 말려 찢어먹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쉽고 편리하게 먹을 수 있도록 치즈를 만들었고, 특허를 냈습니다. 사람들이 쉽게 기억하고 먹을 수 있도록 ‘찢어먹는 치즈’라는 이름을 만들어 붙였지요.” 이후 많은 스트링 치즈 제품들이 ‘찢어먹는 치즈’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이플의 요구르트는 특별한 맛을 지니고 있다. “일반적인 드링크 요구르트가 아닙니다. 걸죽한 스타일의 요구르트지요. 1그램당 9억 만개의 균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러한 이플 요구르트의 효과는 먹어본 사람들이 더 잘 안다. 환자식으로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신선하게 만들어진 이플의 제품들은 온라인으로도 판매가 되지만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만날 수 있다. “현재 60여 개의 고속도로 휴게소에 제품이 들어가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찾아주고 계세요. 한번 드셔보신 분들이 지속적으로 저희 제품을 찾아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임실 치즈에 담긴 정신 이어가고자
송기봉 대표는 임실의 치즈에 대해 “사랑이고 나눔이며 섬김”이라고 말한다. “임실 치즈는 그냥 보통의 치즈가 아닙니다. 처음 시작된 배경과 그 의미를 떠올리면 누구나 공감을 하는 이야기지요. 처음 임실에서 치즈가 시작된 것처럼 사랑과 나눔, 섬김의 정신이 담겨있는 것이 임실의 치즈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임실의 치즈, 임실 치즈의 철학을 앞으로도 꾸준히 지켜나가고자 합니다.” 그는 “다가오는 연말, 모두가 이웃에게 손길을 내밀 수 있는 그런 따뜻한 날들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