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광사 입구로 들어서는 길. ‘기도는 매일 하는 것이 자산입니다’ 라는 글귀를 볼 수 있었다. 주지인 정일 스님께서 어느 책에서 보고 감명 깊어 적어 놓았다는 문장 이었다. 자광사에서는 이렇듯 ‘기도’를 중시 여긴다. 그만큼 기도의 힘이 크기 때문이리라. 위쪽에 자리한 석굴 산신각에서 기도를 하면 이루지 못한 사람이 없다고 한다. 작은 규모임에도 하고 신도가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다. 천일기도를 2번이나 한 끝에 자광사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는 정일스님의 운명과도 맞닿아 있는 듯 했다. 코로나로 인해 신도들의 발길이 잠잠해지고 있는 요즘, 정일 스님은 자신도 자꾸 해이해 져가는 것 같다며 얼마 전 49일 기도를 다시 시작했다고 했다. 영험한 기도의 기운이 가득한 자광사에서 만난 정일 스님과의 대화를 소개한다.
굴곡진 인생, 마흔 일곱 나이에 출가하기까지
정일 주지스님은 김해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김해시에서 20년 동안 공무원 생활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험난한 풍파가 그를 흔들었다. 사고로 아내와 딸을 잃게 된 것. 이후에 재혼도 했지만 또 파탄에 이르게 되었다. 인생이 그를 힘겹게 할 때마다 불교에 의지했다. 입버릇처럼 ‘머리 깎고 중이 되어야 겠다’ 말해 왔던 삶이었다. 그렇게 마흔 일곱이 되던 해에 출가를 하게 되었다.
정일 스님은 “사회생활 하던 것을 싹 정리했다. 사회생활을 할 때는 술이며 담배 등도 즐겨했지만 출가를 하면서부터 자연스레 딱 끊어 졌다. 당시 아내의 빚 등을 갚고 나니 수중에 돈은 500만원 남짓 남은 것이 전부였다. 모두 충효사 큰스님을 찾아가 맡기고 중이 되게 해 달라고 했다. 6개월 후에 직지사에 가서 계를 받으라고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통영 한산사에서 천일기도를 시작했다. 3년이 다 되어갈 무렵 포기할까 하고 충효사 큰 스님을 다시 찾아갔지만 다시 한산사로 돌아가 천일기도를 다시 시작했다. 합치니 기도만 하며 지낸 시간이 7년에 달할 정도였다. 그렇게 헤맨 끝에 자리 잡게 된 것이 지금의 자광사 터이다. 벌써 15년 전의 일이다.
(산신각)
(산신각 내부)
자광사 터, 언제까지나 절로서 남도록 만드는 것이 소원
15년 전 자광사 터를 처음 샀을 때만 해도 주변 논도, 산도, 밭도 길이 다 막혀 있었다. 정일 주지스님이 길을 찾고 찾아 만들어 넣었다고 한다. 이 터는 예전에는 무당이 기거하던 곳이었다. 그만큼 영험한 기운이 감도는 곳이다. 정일 스님은 “이 땅은 무슨 사업을 하더라도 잘 되는 터다. 더군다나 이제는 길 바로 옆으로 자리 잡아서 욕심을 낼 사람도 많은 것이다. 그래서 소원은 이 자광사 절을 끝까지 사찰로서 남도록 만드는 것이다. 내가 죽더라도 계속 절로 남아 있었으면 한다. 이후에 여기에 들어오는 사람이 절로 유지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변경할까봐 걱정이 된다.”고 밝혔다.
(산신각에서 바라본 풍경)
이런 연유로 정일 스님은 자광사를 김해 시청 명의로 위임하고 김해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주고 관리하게 하면 자신이 타계한 이후에도 자광사가 사찰로서 남아 중생들을 구제하는 터가 되어 주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자광사는 지금은 작은 규모지만 신도 수는 상당하다. 서울, 경기도 성남, 대구, 부산 등 타 지역에서 찾는 신도들이 많은 전국구의 사찰이다. 직지사, 충효사 등 이전 사찰에 있을 때부터 정일 스님을 찾던 신도들이다. 또 모두 자광사에서 기도하고 소원을 성취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관자재보살)
자광사 정일 주지스님은 현재 소박한 삶을 이어오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연중행사 등도 열지 못한 것이 많다. 원래도 경제적인 부분에는 욕심이 없었다. “신도들에게 돈 내라는 소리는 해 본 적이 없다. 다른 사찰에서는 부처님 오신 날 등을 다는 것도 값을 정해놓고 받지만, 나는 그저 알아서 하라고 한다. 기도를 하기만 하면 성과가 있으니 그 영험함이 고마워 굳이 말 안 해도 신도들이 보시를 해 주기에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다. 얼마 전에도 암 환자인 신도가 꿈에서 관세음보살 봤다고 찾아왔다. 같이 입원한 사람 10명인데 7명이 죽어 가는 가운데도 3년째 건강하게 살아 있다. 그 분이 쌀을 다 보내주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미륵큰바위)
(관세음보살)
석굴에서 기도하면 무엇이든 이뤄진다
정일스님은 “사찰 위로 올라가면 석굴이 있다. 현재 굴 안에 3군데 방을 만들어 놓았다. 산신각과 미륵을 모셔 놓았다. 올라갈 때는 헐떡거리게 되고 힘들기도 하지만 올라가면 절경이 뛰어나다. 석굴을 보면 이 곳이 기도할 자리구나 하고 스스로 느끼게 된다. 처음에는 으슥해서 무섭다고도 하는데 기도를 하다보면 그렇게 편안하다고 한다. 그야말로 명당 중에 명당이다 거기에서 기도하면 무엇이든 이뤄진다고 다들 입을 모아 말한다. 마흔이 넘도록 장가를 가지 못했던 신도도 기도 후에 제 짝을 찾았다.”고 말씀하셨다.
기도의 방법에는 특별한 것은 없지만 정일 스님은 하루에 1시간 이상, 최소 삼칠일은 해 볼 것을 권유한다. 개개인 소망과 바람에 맞게 알맞은 기도법을 일러주시기도 한다. 정일 스님은 “법당에서 하지만 기도는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한다. 우선 경전을 주며 읽던 외치든 마음대로 알아서 하되 하루에 몇 시간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라고 이야기 한다. 앉아서 오랜 시간 동안 하라는 것이다. 열심히 해야 한다. 그것밖에 없다. 최소한 삼칠일(21일)은 기도를 하라고 하는 이유도 마음을 담아 진심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원하는 것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강조했다.
여러 사찰을 방문해 보지만 확실히 유난히도 특별하고 영험한 기운이 가득 찬 곳이 있다. 자광사 터는 바로 그런 곳이었다. 기도만 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곳, 마음의 부담 없이 찾아가 볼 수 있는 곳.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모두를 향해 열려 있는 지광사를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