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나이가 73세입니다. ‘노인회장’직을 맡기에는 아직 젊다는 말도 있었지만 노인회장 직은 실무 경험이 있고 젊고 소신이 뚜렷한 사람이 맡아야 합니다. 제게는 노인 삶의 질의 향상, 건강 증진, 여가 생활을 위해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노인들 위에 군림하는 노인이 아니라 노인을 떠받드는 지회장이 되겠습니다.”
대한노인회 김해시지회의 이갑순 지회장은 이렇게 김해시 만 65세 이상 인구 6만 여명을 보살피고 떠받드는 ‘심부름꾼’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지난 33년간 김해시 공무원, 대한노인회 김해시지회 사무국장 등을 역임 했으며 현재 경남노인대학 협의회 부회장, 진영노인대학장을 맡고 있다. 김해 관내 562개 경로당을 전부 방문하고 청취한 의견들을 실천해 나가고 있는 그를 직접 만나봤다.
김해 관내 562개 경로당 전부 방문해 의견 듣고 꼭 필요한 정책 설립
이갑순 지회장은 4년 전부터 대한노인회 김해시지회를 이끌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김해시에 있는 경로당 562개를 전부 방문했다. 구석구석 길이 험한 곳까지 직접 운전해 가며 경로당을 찾은 것. 분명하지 않은 주소를 들고 길을 헤매고, 운행이 어려운 비좁은 골목에 들어서면서도 단 한 곳도 빼놓지 않았다. 새로 뽑았던 차는 긁히고 엉망이 되었다. 하지만 직접 어르신들의 고충을 경청하고, 소통할 수 있었기에 진정 필요한 공약들을 내세울 수 있었고 그 결과는 당연 당선으로 이어졌다.
이제 이갑순 지회장은 내세웠던 공약들을 실천하기 위해 그 때보다 더한 열정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갑순 지회장은 임기 내 이루고자 하는 사항들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했다. 우선은 큰 자본이 투입되어야만 가능한 것으로 직접적인 권한은 없지만 시장, 국회의원 등에게 강력하게 의견을 내세우고 촉구함으로써 이뤄낼 사항 들이다.
경전철 무임승차 이뤄낼 것
첫째. 경전철 무임승차다.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 한해 경전철을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갑순 지회장은 “김해에서 사산까지 운행되는 경전철로 아주 짧은 구간인데도 불구하고 왕복 3천원의 운임을 받고 있다. 지하철이나 다른 지역 경전철의 경우 노인들에게 요금을 받지 않는데 유독 김해만 요금을 받고 있다. 이는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전했다.
경전철의 경우 이용자도 그리 많지 않고, 구간도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노인들의 요금을 받지 않아도 재정적으로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또한 역사 주변에 관광지 있는 것도 아니라면서 무임승차를 악용해 쓸데없이 왔다 갔다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종식시켰다.
건물 이전이나 신축으로 노인들 좀 더 편리하게 모실 수 있기를
둘째. 낡은 건물의 신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지금 건물은 지어진 지 40년이 된 것으로 너무 낡았다. 해마다 투입되는 예산이 충분하지 않아 2번의 리모델링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비가 샐 정도다. 6만여 노인을 대표하는 공간치고는 협소하고 부족해 보였다. 이갑순 지회장은 “지회장을 필두로 부회장만도 10명이고 직원도 있는데 소회의를 하려해도 수용할 공간 없다. 매년 임시방편으로 몇 천만 원씩 투입해 리모델링하기보다는 신축을 하던지 이전하는 편이 경제적이라고 생각한다.” 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건물에 주차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노인들이 이용하는 공간인데 주변에 공간이 넉넉하지 않아 사고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1층에는 무료급식소도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이용하기 위해 아침이면 길 위로 어르신들이 길게 줄을 이어 서면서 거리가 번잡해지기도 한다. 이갑순 지회장은 “많은 사람, 그것도 거동이 힘겨운 노인들이 운집하는 곳인데 주차시설이 없어 불편함이 크다. 차 사고도 많이 났다. 타 건물로의 이전이나 신축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셋째는 진영 지역 내에 종합 복지관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진영의 인구가 5만 8천명에 달하는 만큼 노인 인구도 엄청나다. 10년 전만 해도 2만 5천명 정도였던 인구가 빠른 속도로 유입됐지만 그렇게 늘어 난 노인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조금 먼 김해 지역에 위치한 3개의 복지관까지 오고 가고 있다. 지금은 진영노인대학에 150여명 정도가 등록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평균 80~90명 선인데 진영 전체를 위한 숙원 사업으로 종합복지관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경로당 회장에 활동 수당 지급, 지회비 인하 이룰 것
이런 굵직한 대규모의 사업 외에도 이갑순 지회장이 임기 내 지켜 낼 공약들은 더 있다. 우선 1년에 적어도 100군데의 경로당을 방문하면서 소통하겠다는 약속이다. 2020년 상반기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50군데를 방문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경로당 문을 열지 않는 날을 제외하고는 매일같이 하루도 안 빠지고 하루에 1~2개 경로당을 방문한 결과다. 직접 방문해 어르신들이 필요로 하는 것,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겠다는 의지다. 순방하면서 즉각적으로 지회 운영에 반영한 것도 많다. 코로나로 인해 올해는 주춤했던 만큼 내년에는 좀 더 바쁘게 움직이며 100군데 이상을 방문하고자 한다는 계획도 전해 왔다.
두 번째는 경로당 회장 사기 진작을 위해 활동수당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이다. 이갑순 지회장은 “경로당 회장은 봉사직이다. 모두 나이가 많고 건강도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보수도 없이 봉사 하고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경로당 회장분들이 자긍심 가지고 열심히 활동 할 수 있도록 활동수당조로 5만원을 지급하고자 한다. 이미 다른 시군구에서는 지급하는 곳이 많고 조례로 지정되어 당연히 지급하는 곳이 많은데 김해만 예외다. 임기 초에는 3만원부터 시작해 임기 말이 되면 5만원을 지급할 수 있도록 순차적으로 늘려 나가고자 한다.”며 올해 예산이 반 이상 삭감되는 바람에 예산에는 반영하지 않았지만 2022년까지 꼭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다시 한 번 했다.
더불어 경로당에서 지회도 줄이겠다고 한다. 원래 회비가 월 2만원으로 24만원을 내야 하는데 가격도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매달 회비 납부를 위해 은행을 가야 하는 일이 번거로운만큼 연회비로 13만원만 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연회비 15만원 선으로 책정했으나 직접 경로당을 순방하며 의견을 청취 한 결과 그 돈도 많다는 의견이 있어 절충안을 찾은 것이다. 이 지회비는 다음해부터 바로 13만원으로 줄일 예정이다. 부족한 자금은 시에서 보조금으로 충당할 수 있게 할 예정인데 안되면 사비를 들여서라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급식, 청소 도우미 파견 사업으로 시니어 일자리 창출할 것
마지막은 급식 도우미, 청소도우미 사업이다. 이갑순 지회장은 “경로당을 찾아가다 보니 주로 중식을 많이 해 먹는데 경로당 회장과 총무가 주로 하게 된다. 몸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회원들을 먹이는 것이 안타까워 보였다. 경로당에 급식도우미, 청소도우미를 파견하고자 한다. 김해 관내에 562개 경로당이 있는 만큼 562개의 노인 일자리가 창출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있다. 현재는 시니어클럽에서 모든 노인 일자리 문제를 맡고 있는데 경로당만큼은 우리가 해야 한다. 경로당 상황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일례로 시니어클럽에서 이번에 코로나 사태로 인해 방역, 소독 작업을 맡겼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던 것을 이갑순 지회장이 나서 해결하기도 했다. 경로당이 여러 지역에 분포 되어 있는 만큼 지역을 양분해 2회로 나누어 교육을 진행해 가까운 곳으로 출근할 수 있게 하고 명패도 만들어 주는 등 해결책을 마련해 준 것.
대한민국의 인구는 하루가 다르게 고령화 되고 있다. 앞으로는 어르신들의 활동이 계속 활발해 지고, 영향력이 커지는 시대가 될 것이다. 그 만큼 노인들의 건강, 여가선용, 삶의 질 향상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노인들을 위해 불철주야 애쓰고 있는 대한노인회 김해시지회의 이갑순 지회장이 이뤄 낼 공약들이 아마도 전 지역에서 배우고 따라가야 할 표본이 되어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