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인의 길은 걷고 싶다고 해서 걸을 수 있는 길은 아니다. 반면, 그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아무리 거부하고 거부해 봐도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해월선녀는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신의 길을 가야하는 운명을 거부해 왔다. 그 결과 남들은 겪지 못했을 풍파도 엄청나게 겪었다고 한다. 돈이 하나도 없어서 울어 본 경험도 있고, 간호사로 일하며 아픈 사람들의 고통도 가까이에서 지켜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세상 풍파를 모두 겪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을 안아주고 풀어줄 수 있는 것 같다며 오히려 다행이라 말한다.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위안과 치유를 주고 있는 해월선녀를 만나봤다.
3대째 무속인 집안, 혹독한 무병 겪어
해월선녀는 2018년 가을에서야 신을 받았다. 50년 동안 무병을 겪고, 하는 일마다 악재가 겹쳤지만 무당의 길은 생각도 해보지 않았었다고 한다. 저녁마다 가위에 눌리고 하얀 소복을 입고 지나가는 귀신도 봤지만 신병인 줄은 알지 못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외할머니, 할머니가 모두 무속인이었다. 하지만 해월선녀 자신은 독실한 천주교였기 때문에 자신에까지 이어지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신병은 갈수록 혹독해져 갔다. 병원을 찾아도 특별한 병명은 없고 여기저기 주사는 맞았지만 낫지 않았다. 한 쪽 팔에 마비가 오고 다리에 아무리 뜨거운 것을 대어도 감각이 없었다. 치료를 받으면 그 때뿐이었다. 몸과 정신이 혼미해지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돈은 바닥나고 남편은 술만 마시는 등 가정도 벼랑 끝에 몰렸다. 결국 살기 위해 부산에 있는 무속인을 수소문해서 찾아가서 신굿을 받게 된 것이다.
회상하던 해월선녀의 목소리는 떨리더니 이내 울먹이기도 했다. 아마 그동안의 고생과 신을 받기까지의 고민들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리라. 해월선녀는 “당시에는 8남매 중에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야속하기만 했다. 엄마도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신굿을 받고 신의 제자가 되어 겪다 보니 엄마를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받을 수밖에 없던 숙명임을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전했다. 무속인이 된 해월선녀는 지금은 무척이나 행복하다고 말한다. 신굿을 받고 난 이후에 이전의 고통들은 모두 사라졌고 새로운 인연도 만나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애정운, 부부간 화합 문제 해결
그렇게 신굿을 받은 후에 2018년부터 점사를 보기 시작했다. 점사, 굿 등 의뢰가 엄청나게 이어졌다고 한다. 중국, 일본에서도 전화로 점사를 보는 경우도 많다.
특히 ‘시험 합격’과 ‘남녀, 부부간의 화합’의 경우의 의뢰가 가장 많다고 한다. 해월선녀는 “부부간 애정 운, 가정사와 관련되어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다. 나 자신도 신굿을 받은 이후 좋은 인연을 만나 부부로 잘 지내다 보니 그런 것 같다. 특히 불화를 겪는 부부들의 화합을 이뤄주는 경우가 많다. 풍파가 닥친 경우 치성 드리고 부적 내리면 바로 변화가 온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도 자주 바람을 피우던 신랑 때문에 찾아온 손님의 일을 해결해 주었다고 한다. 부적을 내린 이후 바로 ‘신랑이 생전 그런 일이 없었는데 바로 그 날 좋은 말을 하면서 사람이 바뀌었다’고 연락이 온 경우다. 앞으로는 더 바뀔 것이라 이야기 해 주었다.
이렇게 문제 해결이 잘 되는 이유는 그녀의 영험한 능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해월선녀는 “얼마 전에는 한 달 동안 밤낮으로 잠도 자지 않고 부적을 썼다. 부적 하나 올려놓고 삼일을 기도하며 치성을 드리기도 한다. 앞서 말한 부부 문제의 해결을 위한 부적을 내려줄 때는 그 사람이 힘들었던 것이 온 몸으로 느껴져 부적을 쓰면서 한바탕 울기도 했다.”고 전했다. “영발, 신발은 신이 주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배워야 한다. 스스로도 공부가 필요한 부분은 끝없이 노력한다. 굿 하는 방법도 배우고 부적 쓰는 법도 배우고 연습한다.”며 솔직하게 고백하기도 했다.
누구든 고민 털어놓고 위로 받는 친근한 무속인 되고파
그는 편안한 무속인이 되기를 희망한다. “누구든 와서 고민도 털어놓고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도록 친근한 사람이기를 원한다. 유명한 일등 제자가 아니라 ‘그 선생님에게 가니 마음이 편안하고 좋다’라고 평가받는 무속인이 될 것이다. 단순히 점사만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하면서 상처를 치유해 주고 해결해 주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리 예약을 받으며 적은 인원수로 제한한다. 대기하는 손님이 많다는 이유로 필요한 말만 간결하게 하고 손님들을 돌려보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손님들이 말하기를 어떤 곳에 가면 앉자마자 잠깐 보고 이렇다 하는 평가를 내리고 종을 땡 치며 나가라고 문을 열어준다고 한다. 나는 오래도록 충분히 시간을 들여 최대한 이야기를 해 준다.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모두 자기 마음을 털어놓고 치유를 하고 싶어서 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라는 해월선녀의 말에서 자신의 능력으로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어 하는 따스함이 느껴졌다.
해월선녀는 직접 만나본 그 어떤 무속인보다 진실하고 솔직한 무속인으로 느껴졌다. “우리 할머니, 조상님, 신령님의 명예를 걸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진실 되게 한다. 솔직하게 말하면 그렇게 하면 돈은 못 벌 것이다. 그렇지만 기본을 지켜가며 하겠다고 늘 다짐한다. 나중에 더 많은 손님들이 찾고 유명해지더라도 점사비도 올리지 않을 계획이다.”
끝으로 해월선녀는 2021년을 맞아 독자들에게 “이 어려운 시기 견뎌내고 나면 앞으로 나갈 수 있는 발판될 것입니다. 어려운 코로나 곧 극복 할테니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활기찬 새해를 맞이하시기를 기원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