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경주시 보문마을에 있는 보문선원은 명활산성 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정갈하게 자리하고 있는 이곳에 들어서면 거대한 석탑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대웅전 옆에 자리한 포대화상의 석상과 석등, 뒤편에 있는 석조 전각이 다른 절과는 차별화된 특별한 풍경을 자아낸다.
40년 전 보문선원에 자리하고 직접 사찰 꾸며와
보문선원의 대허 주지스님은 40년 전인 1984년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고 한다. 웅장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사찰의 풍경은 모두 대허 주지스님의 손길로 이루어진 것들이다. 19세 때 서울로 주지스님 심부름을 갔다가 파고다공원 원각사 석탑을 보고 언젠가 꼭 저런 탑을 조성하겠다는 원력을 마음에 품어온 대허 주지스님은 보문선원 도량에 9층 석탑을 조성했다. 이 외에도 보문선원에는 많은 석조불상들이 있다. 이는 신라 천년의 문화유적을 통해 현재 우리가 여러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1000년 후 후손들에게 현재의 우리 문화를 전하고자 하는 마음에서다. 사찰에 있는 모든 것들은 신도들의 공덕과 대허 주지스님의 원력으로 이루어진 것들이다.
17세에 입문을 하여 현재 법납 67세(1941년생 세옥 84세)인 대허 주지스님은 여전히 직접 풀을 베고 꽃을 심으며 사찰을 가꾸어 가고 있다. 이러한 정성으로 보문선원은 경주에 있는 800여 개의 사찰 중 가장 아름다운 사찰로 손꼽히고 있다.
젊은 시절 여러 큰스님들 모시며 도 깨달아
대허 주지스님은 젊은 시절 여러 도인스님들을 모셔왔다. “계룡산 갑사에서 혜원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수지하고, 1965년 범어사 동산 스님으로부터 구족계를 수지했으며, 묘관음사에서 향곡스님으로부터, 통도사 극람암에서는 경봉스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망월사에서 춘성스님 문하에서 공부를 했고 동화사 선원(서웅스님 조실), 오대산 상원사(탄허스님 조실), 문경 봉암사(서암스님 조실), 선산 도리사 선원에서 안거를 성만했습니다.” 대허 주지스님이 깨달음을 얻은 것은 27세 때였다고 한다. “큰 법문을 기대하고 모시고 있던 큰 스님을 찾아가 질문을 했습니다. 과거 판사까지 하셨던 분이었기에 큰 기대를 하고 있었지요. 그러나 그 스님께서는 손을 저으시며 ”다 잊어버렸다“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문득 깨달았습니다. 부처님의 법이라는 것은 말로써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모든 망상과 번뇌를 내려놓고 참된 공부를 해서 깨달아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요.”
대허 주지스님은 이어 열매를 예로 들어 설명을 이어갔다. “꽃나무나 과일나무를 심으면 우리는 빨리 열매를 맺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열매를 맺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요. 기도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도를 많이 한다고 바로 복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대에 기도를 많이 해야 손주들이 복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당장에 복을 받기위해 바라는 것 자체가 잘못된 마음입니다. 어린잎이 자라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듯이 그러한 과정이 우리에게는 필요합니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자비하고 지혜로운 마음이 생겨야 하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공부하는 것이 수행
대허 주지스님은 수행에 대해 “몸과 마음을 고르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몸이 부지런해야 만 가지의 복이 온다는 걸 항상 강조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부지런해야 이치를 통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저의 철학입니다.” 대허 주지스님은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늘 몸을 부지런히 움직인다.
인간이 죄를 짓는 것에 대해서도 대허 주지스님은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마음이 많으면 그것이 다 죄를 짓는 것”이라 말씀하셨다. “바른 마음, 착한 생각이 가득 차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그 마음은 점차 커지게 됩니다. 물건은 쓰면 쓸수록 닳지만 마음은 쓰면 쓸수록 지혜가 생기고 더욱 넓어지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마음을 깨닫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공부라고 대허 주지스님은 강조했다.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하지요. 그러나 눈에 보이는 공부가 아닌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합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은 참 공부라 할 수 없습니다. 밖으로 공부를 하면 총명하긴 하나 지혜가 없습니다. 고요하게 앉아서 생각을 하고 참선을 통해 통달하는 것이 바로 진짜 도인이 되는 길입니다. 부처님의 도를 깨달은 자들은 인생을 둥글게 살아갑니다. 자비심과 지혜심, 보살정신이 갖추어져야 넉넉한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이지요.” 대허 주지스님은 행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도 공부를 꼽았다. 여전히 큰 스님들이 남기신 경전을 최고의 스승으로 삼아 매일 공부를 이어가고 있는 대허 주지스님이다.
“꽃도, 돌도 모두 친구”라 하는 대허 주지스님은 자연을 벗 삼아 살고있다. “내 몸은 구름이요, 내 마음은 바람입니다. 자연과 더불어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지요. 어느 것 하나 친구가 아닌 것이 없고, 스승이 아닌 것아 없습니다.”
큰스님이 아닌 편한 스님으로, 신도들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대허 주지스님은 부지런히, 올바로 공부하는 마음이 더 널리 알려져 종교도 정치도 모두 편안해지는 날을 소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