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명물호두생산자협회는 충남 산림청이 공모한 ‘2021년 산림소득 분야 공모사업’에 사회적기업으로 당선됐다. 오는 12월까지 호두유통센터를 건립하고, 내년부터 ‘천안호두’를 브랜드로 호두 판매와 함께 ‘사회적 가치’ 창출에 나선다. ‘산림소득 공모사업’은 호두, 대추와 같은 수실류와 버섯류, 더덕, 도라지와 같은 산나물류, 오미자와 같은 약용류 등 7개 분야 79개 품목에 대해 재배, 유통, 가공에 소요되는 사업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대상은 임업후계자, 신지식임업인, 생산자단체 등이다.
고품질 가공식품으로 농가의 보람을 찾다.
천안명물호두생산자협회 홍순필 회장은 “호두 농가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판로를 고민하던 중 충남도 산림청의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다.”며 “농가도 살리고 지역사회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적기업으로서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2020년 땅을 매입해 둔 협
회는 지원금으로 이곳에 호두 유통 센터를 건립하고 농가에서 생산되는 호두를 일괄 수매해 최상급 상품인 호두와 호두과자 등으 판매하고, 모양이 나빠 상품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호두 기름을 만들어 판매할 계획이다. 홍순필 회장은 “모양이 좋은 것은 잘 팔리는데, 상품이 떨어지는 것은 그동안 판매하기가 어려웠다.”며 “이번 과정을 통해 모양이나 색상이 떨어지는 비품까지 모두 수매해 우리가 호두 가공 상품으로 만들어 팔게 되면 농가에 힘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근 인건비가 수직 상승했다. 이것을 해결하려면 비품까지도 판매가 되어야 그나마 이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협회는 판단했다.
호두 기름은 호두를 잘 먹을 수 없는 사람들이 매일 공복에 한 숟가락씩 떠먹거나 샐러드드레싱으로 활용하면 좋다. 호두는 불포화지방산이 6~70%를 차지하고 리놀렌산과 비타민E가 풍부해 치매 개선, 스트레스 해소, 기억력과 집중력을 향상시켜 두뇌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멜라토닌이 있어 불면증과 같은 수면의 질을 개선해 준다. 호두 기름을 매일 조금씩 섭취하면 유해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혈관 벽을 깨끗하게 해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염증을 억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특히 호두 기름에는 엘라지타닌이라는 성분이 있어 장내 유해 세균을 유익한 화합물로 변형시켜준다.
‘천안호두’ 상표등록 된 고유 브랜드
천안명물호두생산자협회가 천안 호두를 일괄 수매해 책임지게 되면, ‘천안호두’라는 네임을 다른 업체가 함부로 쓸 수 없다. ‘천안호두’는 천안명물호두생산자협회가 이미 특허 등록상표이다. 지금까지는 제재를 가하지 않았지만, 유통센터가 설립되고 호두 가공식품이 생산되면 브랜드 관리에 들어갈 계획이다. ‘천안호두’라는 브랜드를 꼭 쓰고자 한다면 천안명물호두생산자협회와 결연을 맺어야 한다. 홍 회장은 “지금까지는 개인과 개인의 거래로 수량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고, 대량 공급을 못 해 따로 제재를 가하지 못했다.”며 “유통센터가 건립되면 모든 농가의 호두를 일괄 수매하기 때문에 이때부터는 타 업체가 ‘천안호두’라는 이름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리적표시제로 고유성 확보
천안에서 생산된 호두는 모두 ‘지리적표시제’를 사용하고 있다. ‘지리적표시제’는 특정 지역의 우수한 농산물과 그 가공품에 대해 지역명을 표기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는 제도다. 때문에 호두를 팔다가 완판이 되면 더는 판매할 수 없다. 타 지역은 완판이 되면 인근 지역에서 수매해 와 브랜드 이름만 붙여 판매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리적표시제로 등록된 상품은 그래서는 안된다. 타 업체에서 ‘천안호두’라고 말하며 판매하는 것을 강력하게 제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천안명물호두생산자협회는 단국대학교와 MOU체결을 맺고 특별한 디저트를 개발 중이다. 호두과자를 만들며 밀이 아닌 쌀이나 보리를 사용할 수 있고, 호두와 감을 콜라보한 새로운 디저트가 나올 수도 있다. 답은 정해지지 않았다. 내년 시판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출시될 예정이다. 홍순필 회장은 “확실한 건 우리 농산물로 만드는 디저트가 될 것이다.”며 “소비자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명품 호두라는 이름에 걸맞은 가공식품이 나올 것이다.”고 밝혔다.
최근 소비자들은 양보다 질을 택하고 있다. 현재 천안 시내에서도 수입 호두과자와 국산 호두과자를 함께 만들어 판매하고 있지만 국산 호두과자가 인기가 좋다. 홍 회장은 “천안은 도농이 함께 발달한 도시고 수도권과 가깝다 보니 임야 가격도 타지방보다 훨씬 높다. 호두나무를 키우는 것보다 건물을 세우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상 때부터 키워온 호두나무에 자부심을 가지고 호두를 키우고 있어, 우리 협회는 천안호두라는 브랜드 자체를 명품화하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살아있는 원조, 700년 된 호두나무
천안은 우리나라에 호두나무가 처음 들어온 곳이다. 천안 광덕산에 위치한 광덕사 경내에는 고려 충렬왕(1290년) 때 유청신이 몽골에서 가져와 심었다는 약 700년 된 호두나무가 있다. 이 나무에서 난 호두 열매가 광덕산 곳곳에 뿌려졌고 천안 일대를 호두나무로 수놓았다. 천안의 가로수는 대부분이 호두나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순필 회장은 “천안 호두는 그 어떤 호두보다 고소하고 깊은 맛이 난다”며 “700년간 이 땅에 길든 호두나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대부분 나무는 전지를 통해 번식하고 묘목을 심어 키우는데, 호두는 씨앗으로 나무가 되고 몇백 년을 살아가는 과실 나무라는 것을 700년 된 호두나무가 입증해 왔다.
호두 농가들은 더 나은 품종을 개발할 수 있을까 하여 ‘신풍’이라는 일본산 호두나무를 심어보기도 했다. 그런데 20년간 열심히 키워 열매가 맺히는 해에 풍년인가 싶더니, 다음 해에 고사하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호두 맛도 좋지 않았다. 홍 회장은 “700년 동안 우리 땅에 적응하고 길든 첫 호두나무의 생명력과 고품질에 새삼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광덕사의 호두나무는 지금도 열매를 피우고 있다.
충남도가 지원하는 천안호두유통센터는 오는 12월 30일 완공 예정이다. 이후에는 천안 호두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홍보와 마케팅이 중요할 것이다. 홍순필 회장은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한 걸음 한 걸음 도약해 농가들이 모두 걱정 없이 농사지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완성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