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쌀 농가들의 권익보호와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는 경주시쌀전업농연합회의 손기원 회장은 올해 1월 제7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손기원 회장은 젊은 시절 현대자동차에서 근무를 하며 집안 어른들이 대농으로 지어오고 있던 쌀농사를 지속적으로 거들어왔다. 그러다 1998년 집안 어르신이 돌아가시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전업농을 시작했다.
4만 여 평의 땅에서 쌀과 콩 재배해
손기원 회장은 현재 4만여 평의 땅에서 쌀과 콩을 재배하고 있다. “쌀값하락으로 정부에서 대체작물 재배를 권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4만 여 평의 땅 중 1만 3천 여 평에서 콩 농사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손기원 회장이 재배하고 있는 콩은 선풍으로 선풍은 된장과 두부 등을 만드는데 쓰이는 콩이다.
정부에서는 대체작물을 재배를 권유하고 있지만 많은 농민들은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손기원 회장은 설명한다. “대체작물을 재배하게 되면 그냥 새로운 작물을 키우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우선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적당한 땅이 있어야하고, 새로운 작물에 맞는 장비가 필요합니다. 콩의 경우 콩 재배를 위한 기계를 갖추어야 하는데, 기계 값이 비싸서 쉽사리 시작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의 경우에도 6천만 원씩 하는 기계를 마련했지만 정작 기계를 사용하는 기간은 일 년에 70시간밖에 되지 않습니다. 용도가 정해져있기 때문에 다른 농사에도 사용을 할 수가 없습니다. 투자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농민들이 쉽게 대체작물 재배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직불제 개념으로 정부에서 인센티브를 주긴 하지만 직불제에 해당이 되지 않는 농가들은 그마저도 받을 수가 없습니다. 판로 역시 현재는 정부에서 전량수매를 해주고 있지만 앞으로 콩 수확이 늘어나면 그것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요. 거기다 가장 큰 문제는 농사를 짓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이가 많은데 수도작에 비해 콩과 같은 대체작물은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일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생산원가에 따른 가격 책정, 기능성 쌀에 대한 판로 필요해
여러 가지 기계들은 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장비들이지만 그 높은 가격으로 인해 농민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손기원 회장은 쌀값하락과 관련하여 쌀값에 대해 새로운 계산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산품의 경우에는 원자재 값이 상승하면 물건의 가격도 상승하지만 쌀은 그렇지 않습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가격이 같지요. 쌀의 품종을 받을 때는 생산원가를 계산한 금액으로 받게 되지만 판매를 할 때는 전혀 생산원가를 따질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쌀 역시 생산원가에 대한 계산이 필요한데 잣대가 다르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쌀값에 대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농민들은 기능성 쌀의 재배를 시도하기도 한다. 손기원 회장역시 기능성 쌀인 당뇨쌀을 재배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문제는 판로에 있었다. “기능성 쌀을 재배하면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지만 판로가 문제로 작용합니다. 농민이 직접 판로를 마련하는 것은 소매일 때만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소매로는 수익을 내기가 어렵지요. 판로까지 농민들이 개척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농사에 전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 필요
이러한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한 농민들이 쌀값, 판로 등의 문제에서 벗어나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것은 바로 손기원 회장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일본 북해도의 경우 농사법인 설립을 통해 여려가지 문제들을 해소하고 있습니다. 북해도는 약 20년 전부터 수곡계약 등을 통해 일을 하는 방식이 정착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도 그러한 방식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또한 손기원 회장은 정부의 땅 매입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정부에서 계속해서 땅을 매입하고 있습니다.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고가의 장비들을 구입하는데 논은 지속적으로 줄어버리는 것에서도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지요. 2030 젊은 농민들을 위한 정책에도 빈틈이 있습니다. 편법을 악용해 이익만 챙기고 다른 사람에게 다시 임대를 놓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장비 구입에 관해서는 정부에서 보조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반 정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농민들의 부담이 큽니다.”
2년의 임기동안 경주시쌀전업농연합회를 이끌어갈 손기원 회장은 자신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로 ‘쌀 가격’을 꼽았다. “원가를 계산해서 제 값을 받도록 하는 것이 제가 하고자 하는 일입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농민은 판로에 신경 쓰지 않고 품질 좋은 쌀을 생산하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농민들도, 쌀도 전문성을 띌 수 있을 것입니다.”
어려운 현실이지만 그 속에서도 손기원 회장은 쌀농사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농사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놀리는 땅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고 말하는 손기원 회장은 누구보다도 쌀농사에 진심인 진정한 농부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