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 끝에 송이송이 피워 올린 불국토 한 송이 대구 법화선원 혜선스님

붓 끝에 송이송이 피워 올린 불국토 한 송이 대구 법화선원 혜선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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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께서 그리시는 그림은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느냐고 기자가 묻자, 혜선스님께서는 조용히 웃으시며 “보통 선화라고 부릅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선화, 이는 진정 참선과 수행을 통해 마음에서 우러나와 그리는 그림으로, 불자 한 분 한 분을 위해 정성을 들여 그리는 것이다.


혜선스님은 목단을 주로 그리신다. 목단꽃은 부귀와 길상이라 해서 부를 상징하는 꽃이라는 게 통설. 그러나 혜선스님께서는 목단꽃이 필 때는 기실 참으로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질 때는 꺾어지고 모양이 좋지 아니하게 된다며 “사람이 부를 얻었을 적에 마음을 잘 쓰지 못하면 곧 목단꽃이 지는 것과 같이 초라하게 될 것”이라며 목단꽃의 진의는 단순히 부유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부가 찾아왔을 때 진정 주위를 돌아보고 경계하라는 의미가 있다고 하셨다.


동양화 중에서도 목단꽃을 참 즐겨 그리신다는 혜선스님. 그 외에 핸드페인팅이나 생활도자기를 작게 하고 계시다고 말씀하셨다. 꿈에서 부처님께 선물 받듯이 받은 꽃이 목단꽃이라고 말씀하시며 혜선스님은 ‘참으로 부처님의 크신 은혜’가 아니겠느냐고 하셨다. 본디 스님은 물감을 배합하는 법조차 모르셨지만, 꿈에서 꽃을 받고 나니 모든 어려움이 순탄히 풀어졌다고.


평생교육원에 나가던 것도 중단하시고, 혼자 독학하여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신 스님. 기실 부처님께 받은 목단꽃의 꿈 이야기는 혜선스님이 출가하시기 전에 꾸었던 신이한 기억이다. 혜선스님께서 불가에 입문하신 것이 십 오년 전으로, 부처님께 붉고 아름다운 목단꽃을 받은 것이 연이 되어 수행자의 길을 걸으시게 되었다고. 그렇다고 바로 그림을 그리지는 않으셨다. 삭발도 하고 여러 어려움을 겪으시다 어렵게 나만의 목단꽃 한 송이를 그리시게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남는 시간에 한 송이 두 송이 그리던 것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는 혜선스님. 다른 생각 없이, 오로지 불자님들이 ‘행복’하시기를 기원하며 틔운다는 목단꽃. 이 꽃이 모여 부처님을 기리는 작은 토굴 한 채 짓고 싶으시다는 혜선스님의 낯빛이 참으로 맑았다.


그림을 부탁하는 불자들의 어려움, 그 자그마한 마음 한 조각까지도 혜선스님은 종이에 맞닿는 붓을 통해 모두 느끼신다고 했다. 사람의 일이 잘 풀리다가도 때로는 고비가 오는 법이라, 어려운 걸음 달려와 스님께 꽃 한 송이 청하신 불자들에게 그 쓴맛이 조금은 늦게 도달하도록, 혜선스님은 화선지 위에 붉은 한 송이 목단꽃을 펼치시며 늘 기도하신다고 말씀하셨다.


혜선스님께서 그리신 목단꽃은 그 한 송이 송이가 모두 스님께는 자식과도 같이 귀하다. 열 꽃송이 모두 그려 액자에 고이 담아 두고픈 소중한 꽃, 그렇기에 더욱, 이 목단꽃이 스님을 뵈러 어려운 길 달려와 시름 털어놓는 불자들에게 한 줄기 위로가 되기를 바라실 뿐이라고. 남들 눈에 멋있게 전시하는 것보다는 그저 지금처럼 이 꽃이 불자들의 일상에 소소한 구원이자 등불이 되어주기를 고대하신다는 혜선스님, 굳이 한다면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하기 위한 작은 바자회를 열고 싶으시다는 그 마음이 참으로 고우셨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과의 싸움이 참 어렵지만, 붓으로 꽃송이 피울 때 더욱 생각이 맑아지신다는 혜선스님, 송이송이 틔워 올린 목단꽃 고이 안으신 스님의 품에 진정 불국토가 있었다.  053-476-33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