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창궐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마스크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정착되었다. 한 때는 줄을 서서 1인당 제한된 양의 마스크만을 구입해야 할 정도로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 같은 상황에서 마스크 업체는 우후죽순 늘어났다. 하지만 늘어난 국내 마스크 공장들이 포화상태를 보이면서 휴폐업이 속출하는 등 공급 과잉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 10년 전부터 마스크를 전문으로 만들어온 업체인 아토코리아의 김병균 대표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대구마스크산업협동조합의 이사로도 활동 중인 김병균 대표를 만나 자세한 상황을 들어봤다.
마스크 업체 포화상태, 영세 후발업체 덤핑 처리 잇따라
김병균 대표는 “현재 국내 마스크업체는 포화상태가 이르렀다고 본다. 공급량이 넘쳐나고 재고가 쌓이는 상황이다. 국내 인구수를 고려했을 때 마스크생산 기계장비는 500대 정도만 있어도 공급이 충분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현재 국내 공장 내 가동되고 있는 장비가 5천대가 넘는다.”고 분석했다. 통계를 찾아봐도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38곳이던 국내 마스크 생산 업체는 1년 만에 1375곳으로 10배가량 급증했다. 또한 이 수량은 식약처로부터 ‘의약외품목’으로 인증을 받은 수치일 뿐 아직 인증 절차를 신청 중이거나 식약처 허가를 받지 않고 유통되는 공산품 범주의 마스크 등을 포함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여기에 값싼 필터로 만든 중국산 마스크를 들여와 유통하는 업체도 있다.
워낙 많은 물량들이 쏟아지다 보니 생산은 했는데 판로가 없어 재고가 쌓인 신생 업체의 경우 가격을 완전히 무너뜨려 판매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이로 인해 기존 업체들도 피해를 받게 되는 것이다.
김병균 대표는 “마스크별로 가격차가 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질적인 큰 차이는 없다. 마스크업체 별로 식약처의 인증을 받았다면 규정 내에서 기준에 맞춰 생산하기 때문이다. 다만 물량은 많은데 빨리 현금이 필요한 업체는 가격을 내려 판매하는 것이고 자본이 많고, 회사의 인지도가 있는 경우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 보니 높은 가격에도 판매되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런 혼란을 부추긴 데에는 정부의 잘못도 있다. 지난 해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면서 정부에서는 수매를 약속했고, 공적 마스크 가격 상한선이 제조업체의 마진을 보장해 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김병균 대표는 “정부에서 80% 수거를 해 간다는 조건을 내걸어 그것을 신뢰하고 신설한 신설 공장들이 많았다. 정부에서 책임진다고 하니 믿고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물량이 확보되고 나니 60% 정도 수거하는 것으로 줄이더니 이제는 손을 놓은 상태다.”라며 비판의 소리를 높였다.
마스크 제조 경력 10년, 50여개 제품 생산 중
아토코리아는 이런 상황 속에도 안정된 품질과 공신력을 바탕으로 마스크 판매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1공장을 신설해서 황사마스크를 제조, 판매한지는 벌써 8년 정도 되었다. 기능성마스크를 국내에서 제일 처음으로 시작했으니 그 기간까지 합하면 마스크 제조 경력이 10년이 넘는다. 생산 중인 마스크 종류도 50여 가지에 달한다. 항바이러스나 비말 성분을 차단할 수 있는 마스크 제품 외에도 의료진이 사용하는 마스크, 등산, 스키시에나 자전거 라이딩에 필요한 마스크 등 다양한 마스크 등이다. 일부 수준에 미달되는 마스크를 양산해 공급하는 업체들 가운데서도 단연 전문적인 생산기술과 품질관리 노하우로 돋보이는 것.
다만 지난 해 여름 2공장을 신설하는 과정에서 인허가가 늦어진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기존에 1공장에서는 기능성제품과 황사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다. 이후 황사마스크만을 위한 제2공장 인허가를 받는데 6개월이 넘게 소요됐다. 1공장에서는 100% 국내 자재만을 가지고 생산을 하다가 코로나 이후 자재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2공장을 증설하며 자재수급이 원활한 재료를 사용하려다 보니 처음부터 새로 인허가를 내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올해 2월 초에 인허가를 받았는데 너무 늦어진 것 같다. 기술적인 부분이 탄탄하게 준비 된 것이 장점이기는 하지만 필요할 때 물건이 공급되었어야 하는데 난립한 이후에 인허가를 받아 시기적으로 늦은 것 같다.”
따라서 앞으로는 온라인 자체쇼핑몰, 수출 쪽으로 모색하고자 한다는 계획을 전했다. 김병균 대표는 “기존에 코로나 이전까지 해 왔던 유통방식만을 고수하면 자멸할 것 같다. 전략을 바꾸어서 새로운 루트로 나아가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대구마스크산업협동조합의 이사로도 활동, 모든 업체의 건승 빌어
김병균 대표는 현재 대구에 황사마스크 제조공장 43군데가 조합으로 결성된 대구마스크산업협동조합의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협회 차원에서 대구시, 공무원 들이 대구 경제 활성화와 관내 업체 보호를 위해 대구에서 생산되는 마스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홍보하고 있기도 하다. 4월 1일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국제마라톤에는 시에서 참가자들에게 나눠줄 제품으로 아토코리아의 마스크가 선정되어 이미 5만개의 제품 납품을 약속 받은 상태다.
마스크협회 회원 분들에게는 “개인이 운영하는 업체다 보니 각자도생을 하고 있는데 모두 어려운 상황이다. 한 달 뒤, 6개월 뒤를 기약하기 힘든데 고민해서 창업한 만큼 잘 견뎌내어서 투자한 비용도 회수하고 사업도 번창시켜서 건승 하였으면 한다.”는 말을 전했다.
김병균 대표는 끝으로 정부에 제조업 장려를 부탁했다. “혹자는 제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나라의 충신, 애국자라고 평가한다. 실제 제조업을 하며 오너의 자리에 있다 보면 오너가 아니라면 평생 하지 않아도 될 고민들을 하게 된다. 어려움이 크다. 제조업을 말로만 장려할 것이 아니라 제조업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대를 이어 산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책적인 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지면 좋겠다. 당장 짧은 시간 내에 결과를 낳지 못하더라도 장기적으로 플랜을 보고 뿌리를 튼실하게 해 주면 한다.”는 당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