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유은혜 교육부 장관의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 발표문이 속보로 보도됐다. 유 장관은 “지난 10월 한 달 동안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집중 실태조사를 진행 한 결과, 현 대학 입시제도가 출신 고등학교나 부모 환경 등 외부 환경 요인이 개입될 여지를 확인했다.”며 “대학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평가 요소, 배점 기준 등 평가 정보를 충분하게 제공하지 못하였고 입학사정관의 짧은 평가 시간 등 학생 한 명 한 명을 내실 있게 평가하기에 어려운 상황임을 확인하였다.”고 밝혔다. 또 “학생부종합전형의 선발 결과가 소득과 지역별로 격차를 보이고 있는 점도 확인했다.”며 “교육부는 학생 개개인이 자신의 노력과 능력을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공정한 기회와 과정을 보장하는 대입제도를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고등학교에서 학생부 등 대입 전형자료가 공정하게 기록될 수 있도록 정규교육과정 외 모든 비교과 활동(독서, 봉사, 동아리, 수상경력 등)의 대입 반영을 폐지하고, 자기소개서 또한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대입정책 4년 예고제에 따라 현재 중학교 2학년이 대학에 입학하는 2024학년도부터 적용된다. 교사 추천서는 2022학년도부터 폐지한다.
아울러 학교와 교사의 책무성을 높이기 위해 교원의 평가 및 학생부 기재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관련한 비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시도 교육청별 현장점검 및 학생부 신고센터 운영 등을 통해 교육청 차원의 관리감독을 강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의 평가 단계에서는 출신 고교의 후광 효과를 차단하고 투명하고 내실 있는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평가 체제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에 면접으로만 이루어지던 고교 정보 블라인드 처리를 대입 전형 전 과정으로 확대하고 고교 프로파일은 전면 폐지한다고 밝혔다. 평가 기준을 공개하는 표준을 만들어 사전에 학생과 학부모가 평가 기준을 알고 준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부공공사정관의 평가 참여, 면접 등 평가 과정 녹화 및 보존 등을 확산하여 평가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입시 부정과 비리 요인도 차단한다. 모든 지원자의 서류가 내실 있게 평가될 수 있도록 지원자 1인당 서류 평가 시간을 확보하고 서류 평가 시에 전임사정관이 반드시 참여토록 하겠다고 했다.
논술위주전형·특기자전형을 수능위주전형으로 전환
교육부는 교육의 희망사다리 복원을 위해 대입 전형 구조 개편을 추진한다. 학종의 개선 과제들이 안착되기까지 수능위주전형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학종과 논술위주전형으로 쏠림이 있는 서울 소재 16개 대학을 대상으로 2023학년도까지 수능위주 전형을 40%이상 확대토록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논술위주전형과 특기자 전형은 사실 현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학생 개인이 준비하기 어려운 전형이다. 학생 개개인의 진로와 적성에 따른 맞춤형 교육은 2025학년도 고교학점제 도입에 맞춰 새로운 수능 체계로 마련할 계획이다.
사회통합전형...10% 이상 운영, 학생부교과 위주로 선발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고려하고 지역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사회통합전형(가칭)을 신설한다. 유 장관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10%이상 선발하도록 의무화 하는 한편 수도권 대학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전형을 10% 이상 운영하되, 학생부교과 위주로 선발하도록 권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부교과는 철저한 내신 실력 위주의 등용문이다.
유 장관은 발표문 말미에 “이번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은 지난 2018년에 진행한 대입 공론화 과정의 결과를 존중하였고,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크게 바꾸지 않고 보완하는 안임을 말씀드린다.”며 “교육부는 학생부 종합전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2025년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에 부합하는 대입제도 개선안을 학교 현장과 함께 마련하여 미래 교육의 기틀을 바로 세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입시는 지난 몇 년 동안 수학능력평가로 치르는 정시보다 학종(학교생활기록부)과 자소서, 봉사 활동 외 대외 활동으로 평가받는 수시비율이 70%이상 확대되는 추세였다. 대학별 입시 요강 및 세부 사항들이 제각각 달라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스스로 입학사정관을 찾아 사비를 내고 입시를 대비해야 했다. 적게는 몇 백에서 많게는 몇 천만 원이라는 비용이 들어가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문제를 제기했으나 교육당국은 수렴하지 않았다.
지난 가을 조국 법무부장관의 자녀 입학 비리가 드러나며 대학입시가 ‘그들만의 리그’로 알려지자 전 국민이 분노하기에 이르렀고 그제야 정부와 교육부가 민심을 달래기 위해 교육정책 수정을 강구하게 되었다.
수학능력평가, 수시, 로스쿨 등 이러한 교육정책은 ‘공부는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라는 1등 지상주의를 벗어나 학생들이 학업에서 겪게 되는 고통을 줄이고자 하는 취지에서 마련된 입시 정책이었으나 돈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스펙 쌓기, 교수들의 스펙 품앗이, 돈으로 만들어지는 자기소개서, 주관적 판단에 따라 달라지는 학생부생활기록부 등 다양한 문제점을 야기하며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더 이상 불가능한 시대로의 교육정책으로 변질되었다.
대학입시제도는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 다시 새로운 세상으로 달려가고 있다. 더 이상의 부정부패가 사라지고 오롯이 실력으로 승부하는 올바른 입시제도가 정착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