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양돈농가는 극심한 타격을 받고 있다. 시시때때로 창궐하는 각종 질병 때문에 살얼음판을 걷는 모양새다. 또한 돼지고기 가격은 크게 상승하지 않는데 비해 사료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경기가 위축되고 소비 심리도 얼어붙어 판매량도 감소했다. 이렇듯 돼지사육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양주양돈농가의 권익을 대변하고 있는 양돈협회 이종락 회장을 만나봤다. 연이은 악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서도 청정 돈육을 생산하며 전국의 소비자들에게 최상의 돼지고기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종락 회장이 본격적으로 양돈을 시작한 지는 벌써 15년이 되었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 동물을 키우시는 일을 도우면서 동물을 향해 애정을 키워왔다. 동물 자체가 너무 ‘예쁘다’고 말하며, 그 아이들을 키우며 농사를 짓고 싶은 마음에 고향인 양주로 돌아와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전했다. 모돈은 100마리 정도, 총 마리수는 1100~1200마리 정도를 키우고 있다.
질병으로 수많은 돼지 생죽음 당하기도
이종락 회장은 최근 양돈농가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고충을 토로했다. 우선 가장 큰 어려움은 ‘질병’이다.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구제역 등이 발견되면 반경 3km 이내 농장의 돼지는 모두 죽여 땅에 묻어야 하는 일도 생긴다. 한 농장에서 질병이 발견되면 가축전염병을 예방한다는 목적으로 매년 수백만 마리의 돼지들이 생죽음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 외의 인근 지역도 출하정지 기간을 버텨야 한다. 이종락 회장은 “요즘은 동물복지를 소리 높여 이야기 하는 시대다. 강아지, 고양이 학대의 현장에는 강한 분노를 표현한다. 그러나 수많은 돼지를 살처분 하는 데에 대해서는 비판이 없다. 동물단체들도 나서지 않는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ASF나 구제역은 인수공통감염병이 아닌데도 법정 1종 전염병으로 규정하는 것이 과한 규제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양돈농가는 환경규제로 더 큰 난관을 겪고 있다. 민가로부터 일정 영역 안에는 아예 신규로 축사를 지을 수도 없도록 축산법으로 규정하고 있어 점점 양돈농가들은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규제로 인해 증축도 불가능하며, 신규 허가도 불가능하다. 거기에 축산업을 혐오산업으로 바라보는 인식도 아쉽다. 주변 주민들의 민원도 양돈농가에게는 상처가 되고 있다. 양주는 도농복합도시로 점차 아파트가 들어서고 외지인들이 오면서 민원이 과하게 늘어났다. 이종락 회장은 “새로 유입되는 분들은 냄새에 너무 예민한 것 같다. 조금만 냄새가 나도 과하게 표현한다. 농가들은 축사환경을 개선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미생물을 활용하고, 탈취제를 쓰면서 원래 100정도인 냄새를 30까지는 줄이고 있지만, 그 분들이 바라는 것은 아예 0에 가까운 정도다. 지속적으로 악취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이해해 주면 한다.”는 부탁을 전해 왔다.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오해, 냄새 민원 등도 안타까워
축산을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아가는 것 또한 농부의 입장에서는 안타깝다. 흔히 ‘소나 돼지의 방귀와 트림, 분뇨에서 나오는 메탄가스가 자동차의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높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때이다. 자동차는 매연만 발생하고 끝이지만, 가축의 분뇨는 퇴비가 되어 작물을 키우는 자양분이 되고, 그 작물은 자라서 탄소를 저감시키며 환경에 이바지 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 이런 긍정적 효과는 배제하고 나쁜 이미지만 부여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대기업의 공장이 더 환경을 오염시키고, 냄새가 심한데도 농축산업만 타겟으로 삼아 몰아가는 분위기도 아쉽다. 이종락 회장도 6천 평의 벼농사를 지으면서 분뇨를 발효시켜 퇴비화 하고 있다고 한다. 화학비료도 쓰지 않고, 자가발효를 통해 작물을 키우면서 이산화탄소를 줄이기에 자연적으로 순환이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저희 농가들도 태양광을 이용하고, 탄소 저감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요. 1차 산업도 2차, 3차와 마찬가지로 사회와 환경에 기여하는 바를 공평하게 통계 내 주었으면 합니다.”
양주양돈협회는 이런 어려움 가운에도 지역 내 소외계층을 위한 기금조성과 봉사에도 앞장서고 있다. 매년 정기적으로 기금을 기부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불우이웃을 위해 450만 원 상당의 돼지를 기탁했다. 특히 이종락 회장은 새마을지도자도 겸하고 있는 만큼 취임 이후 새마을부녀회와의 연계를 통해 부녀회에 고기를 전달하고, 완성된 요리를 직접 배달하는 봉사까지 진행한다.
1차 산업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 강해
이런 위기 속에서도 양돈산업을 지키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종락 회장은 ‘1차 산업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아무리 첨단 산업이 발전해도 먹거리를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나라가 유지되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 땅에서 나는 농축산물이 건강하고 신선하며 한국인의 체질에도 맞습니다.” 라는 설명이다.
“저희는 불법을 저지르려고 농장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에 사시는 분들의 먹거리를 책임지기 위해서 힘든 작업을 하고 있거든요. 농업은 어려움의 연속입니다. 1년 365일 쉬는 날도 거의 없어요. 주말도 없죠. 남들은 3d 산업이라며 기피할 정도의 일이에요. 하지만 저는 정말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시골의 공기, 우리의 땅, 흙과 물이 있는 곳이 좋습니다.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사명감으로 임하고 있어요. 국내 돼지고기의 생산에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서 돼지를 사육하려는 노력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이종락 회장의 간절한 부탁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다. 지속가능한 한돈산업 발전과 농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애쓰고 있는 양돈협회와 농가들의 노력이 보상 받을 수 있도록 대한민국 돼지고기를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