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슬겨자, 곱슬케일, 꽃상추, 뉴그린, 당귀, 루꼴라, 레드보아, 레드치커리, 레드케피탈, 미니컵로메인, 백로즈, 비타민...... ‘농부의 꿈’ 온라인 쇼핑몰에서 쌈채소를 주문해 받아본 소비자들은 처음 보는 낯선 쌈채소에 한 번 놀라고, 그 신선함에 두 번 놀란다. 무려 25가지 이상의 쌈채소 중에서 당일 최상의 상태인 채소만을 선별해 바로 배송해 주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바라던 ‘농부’의 꿈을 이루고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양주농부 이범석 농부를 직접 만나봤다.
귀농은 오랜 꿈, 건강한 먹거리 생산이 목표
이범석 농부에게 ‘귀농’은 어려서부터 막연히 바라던 꿈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나무와 꽃을 키우고, 토끼 등 동물이 자라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에서 행복을 느꼈다는 고백이다.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그는 2008년도에 귀농을 택했다. 당시만 해도 농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 반대도 있었다. 그러나 이범석 농부의 의지는 확고했다. 자동차 영업직에 근무하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이었지만 꿈을 위해 귀농을 감행했다. 조금이라도 더 젊었을 때 다양한 농사를 시도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부추, 호박 등의 작물로 농사를 시작했고, 3~4년 후부터 지금까지는 토마토, 오이, 쌈채소 3가지에 집중해 이어오고 있다. 유통과정에서 손실을 줄이기 위해 직거래, 온라인 판매 등에 적합한 작물을 모색했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점차 품질을 인정받으며 10년이 지난 지금 전량 직거래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수요에 비해 오히려 공급이 부족할 정도라고.
이범석 농부도 “온라인 판매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단일 품목에 집중하거나 쌈 채소를 종합적으로 판매해도 7개에서 13개 정도다. 그러나 저희는 한 박스에 25개 정도의 채소를 보내드린다. 시장에는 없는 특이하고 맛있는 채소가 많아 받아보시는 분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자신했다. 일반적으로는 쌈 채소하면 소비자들이 떠올리고, 시장에서 판매하는 품목을 압도하는 수다. 특히 정성어린 포장으로 채소지만 마치 귀한 선물을 받았다는 느낌이 들도록 고객 감동을 실천하고 있다.
친환경 자재, 클로렐라 농법으로 신선도 높아
이범석 농부의 작물이 사랑 받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그는 옛 방식과 현대의 기술을 접목해 보다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재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클로레라 농법으로 저장성과 신선도가 뛰어나다. gap인증을 받은 친환경 자재만을 고집하며, 성장제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작물을 재배한다. ‘6시내고향’ 등 언론에 보도되며 조명을 받기도 했다. 이범석 농부는 “인위적으로 보일러를 가동하면서 키운 것이 아니라 추위 속에서 강하게 키웠습니다. 일반적으로 따뜻하게 키운 것들은 망가지기 쉬워요. 하지만 자연 속에서 얼었다가 녹았다가 하면서 자라난 아이들은 더 아삭하고, 신선합니다.” 라고 덧붙였다.
양주의 기후 조건도 다른 지역보다는 농사짓기에 수월한 편이었다고 한다. 강수량이 풍부하지만 지대가 높아 수해로 인한 피해는 적다. 또한 일교차가 커서 농산물의 당도가 높고 단단하다. 주변에서 먼저 농사를 지으신 분들의 도움도 컸다. 다만, 수도권에 가까워 농촌 지역에서 제공되는 귀농인을 위한 지원 등의 혜택은 제외되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나마 여기 까지올수 있었던 이유는 양주 지역의 농업센타 담당자 분들과 백석농협 조합장님 및 관계자 분들께서 많은 관심과배려 덕분이라 생각 하며 단골고객 또한 큰힘이 되어 주었다“ 라고 회상했다
주문을 받은 당일 산지에서 신선하고 건강한 쌈채소를 보내 준다는 점도 강점이다. 특별히 원하는 채소나 제외하고 싶은 채소를 메세지에 기재하면 반영도 해 준다. 직거래를 하면서 고객과도 가깝게 소통하고 있다. ‘농사 짓는 동생 하나, 오빠 한 명이 있다’고 여기는 단골 고객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날씨가 궂으면 걱정하는 전화도 하고, 다른 쇼핑몰에서는 이렇게 판매한다며 정보를 주시는 분들도 있어요. 같이 소통하고 배워가면서 서로 믿음 주는 관계로 이어 나가려고 해요.”
인력난과 비용상승 등 산재한 문제도 많아
오랫동안 꿈이었던 농사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았다고 한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인력난’이다. 특히 코로나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이 불가능해지면서 인력이 모자라 농사 양 자체를 줄여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기반 비용 역시 무섭게 상승하고 있다. 농민의 입장에서 농산물 가격은 조금만 상승해도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며, 수입을 통해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반해 반대로 농산물 가격이 폭락할 때에는 어떠한 지원책도 없다는 점은 안타깝다. “몇 해 전 호박 공급이 넘쳐 폭락한 때가 있었습니다. 한 박스에 2~3천원 선에 판매되었어요. 농사지은 호박을 버릴 수 없어 100박스를 보냈는데, 경매로 한 박스에 500원에 판매되더군요. 거기에 박스값과 수수료 등을 제외하고 입금된 수익금이 단 돈 570원이었습니다. 570원.” 제반 비용까지 따지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고 만다는 농부의 한숨이 이해되는 대목이었다.
“실질적인 수요, 공급량 조사가 필요해요. 공급이 넘칠 때에는 나 몰라라 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농민에게 부담되고, 공급이 모자라 가격이 상승할 때에는 수입해 와서 가격을 조정하니 농민들 가슴에는 피멍이 들어요. 전국 수확량을 정확히 파악해 수매를 해 주든 파기 처분을 내리든 공급을 안정화시켜 줬으면 합니다.”
올바른 먹거리 생산이 농부로서의 사명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이범석 농부는 정성을 다 해 농사지은 수확물을 나누고 상생하는 과정 자체에서 의미를 찾는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기적인 후원과 봉사활동도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예전에 부천에 거주할 때에는 시민 경찰, 방범, 새마을운동, 교통봉사도 적극적으로 이어왔으며 양주에 정착한 후에도 봉사단체를 조직해 8년째 나눔을 이어오고 있다.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샐러드를 해 드시는 분도 있지만 건강을 위해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사 드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좋은 것을 찾아 드시려는 그 마음을 알고 나니, 어설프게 농사를 지어서는 안 되겠다는 사명감이 생겼어요. 정말 정성껏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드리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생산량을 늘려 되도록 많이 출하시켜 수익을 증대시키는 데 집중했지만 이제는 품질을 중요시 합니다.” 농부로서의 사명감으로 소비자와 진심으로 소통하며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이범석 농부의 신념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