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레저 분야에 흥미가 있는 학생이라면 수도권 유일의 해양 특성화 공립고등학교인 인천해양과학고등학교(교장 손태기)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이곳에서는 특성화고등학교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기에 충분할 만큼 ‘특색 있는 교육 프로그램’과 ‘꿈을 향해 매진하는 학생’, ‘사랑과 열정으로 이들을 이끌어주는 선생님’이 어우러져 밝은 미래를 가꿔 나가고 있다. 또한 해양·수산 계열 특성화고에 걸맞게 ‘해군 특성화반’도 운영 중이어서 전문인력 양성에 대한 기대도 높다. 인천해양과학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전망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학생 유치를 위한 노력과 과제
2017년 매직사업(매력적인 직업계고 육성 사업) 예산을 지원받아 통학버스 운영을 시작했다. 우수한 교육 인프라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거리 통학에 대한 부담 때문에 진학을 망설이던 학생들이 대거 지원하는 등 홍보 효과가 컸기에 현재는 서구 지역까지 범위를 확대하여 총 3대의 통학버스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매직사업이 종료된 후부터는 학교 자체 예산을 사용하고 있으며 들어가는 비용이 적지 않기 때문에 부족한 재원 마련이 걸림돌이다.
손태기 교장은 통학버스 운영의 홍보 효과에 대해 이야기하며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통학버스 운영 덕분에 적극적인 학교 홍보가 가능해졌지만 학교의 부담이 매우 큽니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큰 비용을 지불하려면 부득이 다른 부분에서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등하교 시간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왕복 2시간 정도를 차에서 보내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학교에 기숙사를 건립하여 학생들이 학업과 진로 탐색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쓸 수 있도록 지역단체와 교육청 차원의 배려가 절실합니다.”
맞춤형으로 진행되는 대표적 교내프로그램
다른 학교와 구분되는 인천해양과학고만의 매력은 단연 수도권 유일의 해양·수산 계열 공립학교임을 물씬 느끼게 하는 학교시설과 교육환경이다. 신입생 모집에 누구보다 적극적인 교사진은 학교 홍보 집중 시기인 9~10월에 중학교 3학년 학생들과 학부모, 담임교사를 대상으로 ‘학교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버스를 대절하여 접근성을 높이는 것 외에도 학생들을 위한 퀴즈 프로그램으로 학교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냈다. 덕분에 견학 프로그램에 1회 평균 60명 정도가 참여하며 많은 회기에는 100명까지 방문하기도 한다.
‘취업 인재 프로그램’에서는 각 학과마다 심층 상담을 통해 학생들의 진로 희망을 파악하여 맞춤형 스터디반을 운영한다. 일반교과 및 전공별 방과후 수업반을 개설하여 소수정예로 지도하고, 취업 준비에 빠질 수 없는 면접 역시 담당 취업지원관과 취업부장교사가 1학년부터 취업진로 프로그램을 통해 특별관리에 들어간다.
손태기 교장은 대학 진학 역시 중점적으로 지도하고 있으며 입학 후 학교에 적응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대학교 학위 취득만이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전공 심화 과정을 제대로 이수하려면 결국 전공 기초능력이 필수입니다. 그래서 특성화고 졸업생 특별전형 및 재직자 전형을 통해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을 위해 내실 있는 전공 기초교육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海DREAM공무원반’은 해양경찰 고졸 특채, 수산직 공무원, 지역인재 9급 공무원 등에 응시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1학년부터 국어·영어·한국사·물리 등의 과목을 꾸준히 공부할 수 있도록 특별반을 개설하고, 스터디카페와 같은 분위기로 조성된 면학실에서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학과별 특장점 및 자격증 취득 현황
1) 항해사관과
광활한 바다를 가르는 항해사의 위엄을 꿈꾸는 학생들이 향하는 학과는 바로 ‘항해사관과’이다. 해양수산부 해기사 양성 교육기관 학과인 만큼 학교 교육과정 중 승무 경력 2년이 인정되고, 특별교육 및 시설·설비에도 예산이 지원된다. 항해사 면허를 취득한 학생은 항해사로 진출하며, 해양경찰, 공무원, 해군부사관 특별채용 모집 단위에 지원이 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졸업과 동시에 고액 연봉의 전문직업인으로 군 특례를 받으며 취업할 수 있으며 명성 있는 대학으로 진학도 가능하다.
2) 해양생명과학과
미래 먹거리인 수산·해양 생물자원 육성 전문가 및 아쿠아리스트를 육성하는 ‘해양생명과학과’는 과거의 양식업 교육에서 벗어나 신성장 아쿠아펫 산업과 해양레저 전문가, 수상 인명구조요원 양성을 목표로 교육과정을 개편하였다. 이에 발맞춰 현대화사업을 통해 쾌적한 실습실 환경을 구축하였다. 5M 규모의 아쿠아리움 전시 수조를 신설하여 대형어 사육 및 아쿠아리스트 양성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수영장 시설 현대화 및 아쿠아 카페 분위기의 관상어 사육 실습실을 조성하여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주목받는 요즘 해양 관련 반려동물의 활로는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3) 식품외식산업과
조리, 외식, 메뉴개발, 푸드스타일링 등의 식품산업 분야를 선도해 나갈 창의적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는 ‘식품외식산업과’는 요리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과이다. 근래 들어 외식산업 분야의 인력 수요가 많아짐에 따라 식품 관련 기술인을 육성하기 위해 식품가공기능사, 한식·중식·양식·일식 조리기능사, 제과·제빵기능사, 바리스타 2·3급 등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편성하였다. 또한 조리 관련 명장 초청 수업을 통해 전문성을 높이고 교내 학생 자치 카페인 '카페나루'를 운영함으로써 실전 감각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한다.
4) 기관시스템과
해양수산부 지정 선박 기관사 양성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기관시스템과’에서는 학교 교육과정 중 승무 경력 2년이 인정되며 해기사 면허를 취득하여 원양어선이나 상선 등의 해상직 및 해운 회사에 취업이 가능하다. 또, 기계 정비, 특수용접, 배관 등 안전과 직결되는 정비 분야의 기술을 습득함으로써 조선공업이나 기계·자동차공업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
그리고 국방부 지정 해군 특성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1개 학급의 졸업생은 임기제 부사관에 지원할 수 있다. 졸업 후 전문병으로 입대하여 복무를 마치면 임기제 부사관으로 임관하여 해군 하사 급여를 받는다. 또한 군 복무 중 전문학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e-MU’ 제도가 시행 중이며 무시험으로 일반 하사관 임관이 가능한 것이 특장점이다.
5) 에너지시스템과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저온, 냉동, 공조 분야의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에너지시스템과’는 전기에너지 설비 및 자동제어 관련 분야의 핵심 인재를 양성한다. 하지만 높은 취업률에 비해 일반인들의 인지도가 낮은 점을 고려하여 내년부터는 ‘스마트융합공조과’로 새롭게 출발할 예정이다. 대한민국 명장을 통해 체계적으로 기술을 전수하고 실무역량을 강화하고 있으며 산업현장 교수와 연계한 글로벌 숙련기술 전수 과정을 통해 학습 동기를 부여하고 전문성을 길러줌으로써 취업률과 진학률 모두를 높이고 있다.
해기사 면허 4·5·6급, 잠수기능사, 소형선박조종사면허, 수상구조사, 인명구조사, 식품가공기능사, 식품위생관리사, 관상어관리사, 수산양식기능사, 동력기계정비기능사, 공조냉동기계기능사, 에너지관리기능사 등 학과 특성에 맞는 전문자격증 취득은 인천해양과학고에서는 당연한 풍경이다. 재학생들은 졸업 시 최소 3개 이상의 자격증을 취득하며 많으면 6개까지 손에 넣는 학생들이 있을 정도이다.
선생님의 한 마디가 바꾼 인생
32년째 교직 생활을 이어온 손태기 교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로, 성적은 꼴찌에 말썽만 부리던 학생을 떠올렸다. 자기 자신조차도 믿지 못하던 학생의 특기를 일찍이 알아보고 끝까지 믿어준 것은 바로 손 교장이었다. 그는 선생님의 응원에 힘을 얻어 서울 소재 음악대학에 진학했고, 현재 제주도 오페라단에 소속되어 눈부신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아이들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특성화고 학생들을 좋아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죠. 우리 아이들은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거든요.” 그의 교직관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한 마디가 아닐까 싶다.
인천해양과학고등학교는 쉽지 않은 모험을 떠나는 커다란 함선과 닮았다. 풀어야 할 과제들이 있지만, 교육 주체들이 한마음으로 뭉쳐서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힘차게 항해하기 때문이다. 수도권 유일의 해양·수산·레저 분야의 맞춤형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이곳이 날이 갈수록 더욱 붐빌 것만 같은 행복한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