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23명의 새싹들과 함께 29회 입학식을 치른 부평공업고등학교(교장 이종윤)는 1994년 개교 시에도 동일한 이름으로 세상에 얼굴을 드러냈다. 학생 한 명씩 모두 젊은 명장으로 양성하겠다는 일념 아래에 산학일체형 도제학교(2개 거점학교)를 운영 중이다.이는 전국에서도 유일한 것인데, 두 개 모두 명패만 내걸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보니 전 교원의 노력이 수반된다.
5개의 학과(그린자동차과, 정밀기계과, 토목과, 전기과, 자동화기계과)는 각각 1학년 때부터 3학년까지 기술 인재에 걸맞은 맞춤형 교육과정을 밟는다. 그렇다고 어려운 기술교육에만 매몰되는 것이 부평공고 학생들에게 우려할 만한 일은 아니다. 1인 1특기 개발 모토 하에 상설, 전공, 기능으로 분야별 동아리 활동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창의성, 심신건강, 인성이라는 밭을 잘 가꾼 뒤 궁극적으로 기술인이라는 과실을 맺기 위해 부평공고의 365일은 흘러간다. 정성 들여 쌓아온 하루가 1년, 10년, 그리고 28년이 되기까지의 관록을 살펴보자.
상위 1%를 자랑하는 도제교육 시스템
-정밀기계과, 전기과 2개 학과 약 100명 참여, 2개 거점학교 동시 운영
-`21년 고용노동부주관 도제학교 성과평가 ‘S등급’
-160여개 업체와 MOU 체결
어떤 교육 사업이나 처음은 존재한다. 출발선을 끊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꾸준히 이어나가면서 걸출한 성과까지 거두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부평공고는 그런 의미에서 도제학교 우등생이자 모범생에 해당한다.
정밀기계과 도제반 연계대학: 인하공전, 대림대학, 유한대학, 한국폴리텍대학
전기과 도제반 연계대학: 재능대학, 서일대학, 한국폴리텍대학
160곳이넘는 회사와 협약을 맺었고, 연계 대학이 다수라는 것처럼 정량 평가를 훌쩍 넘어서는 도제교육 우수학교 호칭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종윤 교장의 설명대로 한 번 부평공고와 인연을 맺은 기업들은 다시 의뢰가 오고 취업한 학생들의 정착률도 무척 높아 정성 평가에서도 부족함이 없다.
P-Tech과정을 통한 일·학습 병행 지원
P-Tech은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폴리텍 및 전문대와 연계해 실시하는 고숙련 전문대학 과정을 뜻한다. 일과 학습을 동시에 진행하므로 졸업까지 평일은 회사 근무, 주말에는 학교 통학으로 만만치 않은 스케줄을 소화해야 한다. 취지는 훌륭하지만 혹여나 유명무실한 제도는 아닐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걱정을 단번에 잠재울 사례가 부평공고에 존재한다.
-1기 졸업생, P-Tech과정으로 한국폴리텍대학(인천캠퍼스) 최우수 졸업
부평공고 도제학교 1기 졸업생 이건우 군은 세계 최대 규모 기업 중 하나인 posco의 베어링 제조사인 HKT베어링에 입사했다. 그 후 P-Tech으로 폴리텍대학에 진학하여 최우수 학점과 함께 전교 수석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우수한 성적과 장래성을 인정받고 독일로 해외 연수를 떠나며 역량을 갈고 닦았다.
평일 근로와 학습을 병행하면서 휴식 대신 주말을 반납하고 학교를 찾은 끝에 손에 넣은 성취이다. 마침내 수석 졸업이라는 영광을 얻은 이건우 군의 이야기는 도제학교의 대표적인 모범케이스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이건우 학생의 사례는 무척 고무적인 이야기입니다. 마냥 허황된 꿈을 갖는 게 아니라, 도제교육의 선순환을 한 명의 인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누구보다 뿌듯한 마음을 품은 이종윤 교장의이야기이다.
교사와 도제전담관이 이끄는 살아있는 도제교육
-`20년 도제부장 고용노동부장관상 표창
-`19년 도제전담관 전국경진대회 대상 수상
학생과 교사가 상생하는 학교가 좋은 교육임은 분명하지만, 도제교육에 있어서는 교육자의 역할이 특히나 중요하다. 사업을 위해 예산을 받는 게 중요한 만큼 그에 따르는 행정 수요와 어마어마한 일감이 모두 교사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부평공고의 경우 2개의 도제 거점사업단을 함께 운영하기에 도제학교만을 위한 전담관을 별도로 채용하고 있다. 6명의 도제전담관은 3명씩 두 파트로 나뉘어 교사들과 함께 학생들의 도제교육에 온 힘을 쏟는다. 그 일원인 김경수 도제부장과 강신홍 팀장의 각각 장관 표창과 전국경진대회 대상수상은 전국의 어느 누구보다도 남다른 열정을 인정받은 셈이다.
자격증으로 말하는 학생들의 기능 역량
-국가기술자격증 평균 3~5개 취득
-전교생 대부분 지게차 자격증 취득 후 졸업
도제 거점학교를 두 개 학과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전국에서 부평공업고등학교가 유일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라는 프로그램 자체는 전국의 143개교가 운영하고 있다. 이에 이종윤 교장은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절감했고, 필연적으로 역량을 키울 필요성을 느꼈다.
결국 가시적으로 역량 향상을 확인하려면 국가기술자격증이 답이었다. 이에 따라 부평공고 학생들은 평균 3개에서 5개 정도의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한다. NCS(국가직무능력표준)까지 더하면 6개로 늘어난다.
여기에 눈길을 끄는 자격증이 하나 더 있으니, 바로 지게차운전 자격증이다.이종윤 교장은 과거 연습할 지게차가 한 대밖에 없던 시절을 떠올리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낮에는 수업이 있으니, 새벽에 와서 타려는데 아직 깜깜한 새벽부터 20명 가량이줄을 서 있었습니다. 안 그래도 혹독한 겨울철에 그 광경을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팠죠. 한 대로는 부족하다 싶어 교육청에 예산을 더 요청했고 그 결과 현재는 두 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교장의 배려 덕분에 학생들은 더 적극적으로 연습에 임했고, 졸업 시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지게차운전 자격증을획득하는 것으로 보답하였다.
예산 20억 6천만원 투입해 ‘실습실 현대화’
-실습실 내 삼원(三園)미술관 오픈, 4월 14일 개관
직업 교육이 까다로운 이유는 교사들의 열정과 학생들의 적극성, 취업 및 진학으로 이어지는 성과 이전에 기자재와 시설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부평공고도 예외는 아니기에 적잖은 예산이 필요했다. 이종윤 교장이 늘 발벗고 실무에서 뛰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한 가장 최근 소식은 실습환경의 현대화이다. 지난 4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실습실 5층까지 전체를리모델링하는 데 성공했다. 이 교장이 교육청에 필요성을 피력한 결과로, 자체 예산과 교육청 예산을 합쳐 20억 6,0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이 투입되었다.
리모델링 작업은 건물 한 동을 깔끔하게 탈바꿈한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종윤 교장은 학생들에게 미술적 감수성을 길러주기 위해 실습실 중앙 계단을 훌륭한 미술관으로 꾸며 놓았다. 올해 4월 14일 개관한 현대화된 실습실은 삼원미술관 개관이라는 하나의 문화공간과 더불어 다시 태어났다.
학생 니즈를 반영한 특색사업도 눈길
-‘군특성화고등학교(해병대)’ 수도권-특성화고 유일 운영
우리나라 국방부에서 주관하고 특성화고등학교가 참여하는 군특성화고등학교는 대한민국 국군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특색사업이다. 부평공고는 그중에서도 해병대 임기제부사관 양성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데 수도권 내 특성화고등학교로는 유일하다는 것이 특징이다.현재 3학년 학생 중 그린자동차과(22명)와 토목과(18명) 학생이 각각 대한민국 주력무기체계인 k9 자주포와상륙돌격장갑차 KAAV에 참여 중이다.
부평공고 군특성화 학생들은 전문기술병으로입대하여 18개월 동안 충실하게 의무를 다한 뒤 기간이 종료되면 곧바로 임기제부사관으로임관을 하게 된다. 48개월 동안 임기제 부사관으로서 임무를 펼친 다음에는 본인의 선택에 의해 직업군인으로 전환하여 각자 주특기를 갖고 전문적인 기술부사관으로서 활동을 넓힐 수 있는 시스템이다.
군 복무 기간에e-MU(Military University)제도를 활용해 국방부에서 직업군인의 공학교육을 위해 개설한 대학교에서 전문학사학위를 취득할기회도 부여된다. 다시 말해 부평공고에서 군특성화고 졸업과 함께 전문기술병으로 입대한 학생들 중 임기제부사관으로 임관된인원은 전문학사 학위 취득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군특성화 반은 교육과정이 특화된 만큼 입시 때 별도 과정으로 선발한다.
-‘중소기업특성화고맞춤형인력양성사업’으로 맞춤형 직업 교육 계획
한편, 부평공고는 중소기업청특성화고맞춤형인력양성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1억 4천만의예산을 지원받아 취업 맞춤반 운영과 중소기업 이해를 위한 연수, 현장학습 프로그램 등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직업교육에 매진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청특성화고맞춤형인력양성사업은도제학교와 형태는 비슷하면서도 운영에는 약간 차이가 존재하는 사업이다. 기업과 직접 매칭되는 방식으로, 기업-학교-학생이 3자 협약에 기반해 채용까지 연계되는 것이 핵심이다. 도제학교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낸 부평공고이기에 해당 사업에 대해 보내는 지역사회의 높은 기대가 엿보인다.
“늘 그래왔듯… 앞으로도 소통하는 것이 나의 일”
-인성교육의 시작은 ‘인사’, 아침마다 등교맞이 실천
교육자 모두가 인성교육을 강조하지만 누구나 이종윤 교장처럼 매번 먼저 인사를 건네지는 않는다. 남학생으로 채워진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인사성이 밝은 것은 이 교장의 역할이 상당하다. 사소한 듯하지만 인성교육의 첫걸음인 인사는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이종윤 교장의 등교맞이 실천으로 반복된다.
-교직원에게 눈치 주지 않는 친근한 교장
인사를 통해 학생들과 친근하게 소통하는 동시에 교직원에게도 열린 마인드로 대하는 이종윤 교장이다. 그는 스스로도 평교사 시절을 거쳤기에 권위적인 교장 아래에서 일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너무나도 잘 안다고 덧붙인다. “선생님들이 조퇴하시고 싶을 때는 일절 터치하지 않습니다. 굳이 죄인처럼 느끼는 일이 없도록 말이죠. 다행히 이런 부분들이 더해져 선생님들도 좋아하시고 화합에도 잘 되는 것 같고요.”
부평공고의 일원이 된지 햇수로는 4년, 앞으로 얼마남지 않은 교직생활에 수많은 감정이교차할 거라며 생각에 잠기는 그의 교육 철학이 궁금해졌다.
“저는 어디를 가든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철학이라는 걸 공고하게 갖고 있는 순간 고착화가 된다고 말이죠. 학생들은 매년 새로 입학을 하는데 오히려 닫혀 있는 생각에 갇히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철학이라면 철학이라 할 수 있지만, 그 단어를 지양하려는 편입니다.” 무엇이든 결단과 함께 스스로 실천하는 이종윤 교장과 교직원들 그리고 이에 보답하는 학생들이 있어 부평공고의 매력과 명성을 날로 더해질 것이 자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