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부터 시작한 천안여자상업고등학교의 위용은 2022년 현재에도 건재하다. 오래된 학교라는 특징은 인사말에 불과하다. 천안시의 명문 특성화고로 널리 알려진 명성과 화려한 수상실적까지 훑어야 조금은 파악했다고 할 수 있다.
개교 당시부터 기능인을 육성하는 여성 교육을 건학이념으로 삼은 이후 지금까지 쭉 이어온 천안여상은 정통 상업계고의 기조를 잘 간직하는 중이다. ‘훌륭한 인성을 기본으로 하고, 졸업 이후 먹고사는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하기.’ 이제천 교장이 밝힌 매우 현실적이고도 실용적인 학교 비전이다.
창의 기술 인재를 키우는 ‘혁신지원사업’
- 2020년 매직사업 우수학교 교육부장관상
- 취업률 40% 이상, 5년차 안정적인 사업 운영
- 교육과정 개발, 프로젝트 수업, 인성 함양, 지역사회 자원 활용
구 매직사업을 포함해 혁신지원사업 5년차 경력을 쌓은 천안여상은 이미 풍족하게 기반을 닦아놓은 상태이다. 혁신지원사업 4번 유형인 ‘꿈을 이루는 학교’를 운영하는 까닭이기도 한데, 이미 다양한 분야를 경험한데다 이전 매직사업 때부터 쌓아온 수업 역량을 질 좋은 취업으로 연결하기에 알맞은 선택이었다.
이미 40%가 넘는 취업률을 기록하여 기반을 공고히 한 학교답게 무척이나 체계적으로 운영된다. 류재욱 부장교사의 도움을 받아 4가지 테마로 나눠 진행되는 천안여상의 혁신지원사업을 들을 수 있었다.
1)CAYS 글로벌리더 취업 인증제
천안여상에서만 볼 수 있는 자체 브랜드 취업 역량 교육인 CAYS 글로벌리더 취업 인증제는 총 6개의 분야로 구성된다. 인성, 봉사, 인문, 자격증, 취업 프로그램, 어학까지 특정 요건에 부합하면 글로벌 리더로서 인증받는 시스템이다.
가령 기준 독서량을 달성하거나 취업 프로그램을 일정량 이상 참여하면 학교에서 자체 제작한 배지를 손에 넣게 된다. 차곡차곡 모인 배지를 결산하여 각 분야별 에이스가 된 학생은 마스터 배지를 받을 수 있다. 이후 연말에는 우수한 성과를 낸 학생들을 대상으로 상장 및 시상품 그리고 우수 취업처 추천이라는 혜택을 부여한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혁신사업의 취지를 몸소 느끼고 시상 기회에 동기부여까지 얻는 것이 장점이다.
2)프로젝트 수업 활성화
교과 수업의 품질을 놓이기 위한 과제인 프로젝트 수업은 무엇보다도 학생과의 소통 수업을 중시한다. 교사학습전문공동체 조직 운영과 교직원 연수도 빠지지 않는다. 학과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학습을 제공하려면 놓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상당 부분 글로벌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는데 해외 취업 연계 프로그램까지 염두에 둔 외국어 교육도 눈길을 끈다. 학생들은 연설문이나 팝송, 영미문학을 비롯해 비즈니스 영어까지 폭넓은 카테고리 안에서 외국어를 접할 기회를 얻는다. 글로벌 역량 강화 교육은 영어권에만 한정되지 않고, 독일어 취업 동아리 운영으로 다채로움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3)꿈틀 교육
-‘꿈’을 키우는 ‘틀‘… 학생 간 멘티·멘토 관계 형성
학생들의 반응이 가장 뜨거운 사업 중 하나로, 전공의 허들이 높은 탓에 종종 발생하는 학업중단 현상을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꿈틀캠프 사업은 전공에 대한 흥미를 잃은 나머지 이탈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1학년 때부터 적용된다. 학생이 다른 학생의 멘토와 멘티가 되어 적응력과 흥미는 높이고 관계 형성에서 도움을 주는 win-win 전략이 효과를 발휘한다.
멘토를 맡은 학생 선에서 부족한 영역은 외부업체와 계약하여 강의를 진행함으로써 메꾼다. 덕분에 현재 천안여상에서는 학업중단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류재욱 부장교사의 설명이다.
4)주제별 교육과정 개발
-2022년 3월~12월까지 학과 개편 T/F팀 운영
-전교원 지역사회 전략 산업 및 인력 수요 모니터링
교육과정 개발은 여느 학교에서 쉽사리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안여상이 유독 돋보이는 이유는 테마에 따라 전략적으로 학과 개편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①지역 사회 전략 산업, ②인력 수요 분석을 통해 산업 맞춤형 교육과정을 구축, 개발하는 중이다.
전교원이 학과 개편을 위해 지역사회 전략 산업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각 담당교사별로 나뉘어 교육과정 개발 및 교수학습 자료 개발에 매진한다. 이 과정에서 선진 학교의 교육과정을 탐방하고, 벤치마킹도 이어진다. 교육과정 개발을 위해 꾸려진 T/F팀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학과 개편에 힘을 모으고 있다.
우수한 졸업생이 함께하는 선후배 멘토링
-작년 졸업생 절반 이상 취업 성공
-국가직 공무원, 공기업, 금융기관 등 다양
혁신지원사업은 교직원의 노력으로 시작된다면, 학생들끼리 진행하는 활동에서 얻는 시너지도 상당하다. 졸업한 학생 중 공무원이 된 26여 명의 선배가 학교를 방문해 후배들의 멘토링을 맡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강제한다고 되는 것이 아닐뿐더러 천안여상 학생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진솔한 소통이 이뤄진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천안여자상업고등학교
-지역 산업체 연계 전공·창업·진학 동아리 활성화
천안여상은 언제나 지역사회를 감안하여 교육사업을 추진한다. 인근에 위치한 공단 사업체들은 모두 졸업생들의 예비 취업처임을 늘 인지하기 때문이다. 전교원이 지역 유관 기관과 연계한 교원 직무 연수를 떠나는 것이 첫 번째이다. 전교생 대상으로는 초청된 산학겸임교사(지역사회 대학, 기업, 연구기관, 현장전문가 등)가 학교를 방문하고, 관련 직무에 기반한 전공 함양 특강도 이어진다.
전공동아리의 경우 천안 아산 시청&공무원 동아리, 지역 공공기관&우수 취업 준비 동아리 등 내실 있게 운영된다. 게다가 주전공에 국한되지 않고, 학생들의 희망이 있는 보건, 미용, 제빵 등 여러 분야에 걸친 인사 초빙 강의, 위탁형 실무 강의 역시 진행되고 있다.
‘헌신, 봉사, 인내’에 모두 담긴 이제천 교장의 교육 철학
이제 정년퇴임까지 4개월을 남겨둔 이제천 교장은 이야기를 나눌수록 실용주의적인 교육자라는 인상을 준다. 거창하게 겉으로만 꾸민 교육 철학보다는 실리적이고 현실적인 학교 경영 목표를 말한다.
그런 이 교장이 우선적으로 강조하는 바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꼭 공부를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때로는 놀이터, 휴식처, 친구 사귀기의 장이 될 필요가 있다는 셈이다. 심지어는 그날 점심 급식이 맛있어서 오고 싶은 곳이 되더라도 그 모든 것이 교육에 일부임을 강조한다.
“무엇이든 즐거움이 있어야 합니다. 그다음이 교육을 할 차례죠.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되기 이전에 인사를 잘하는 학생이 되길 강조하는 것도 동일한 맥락입니다.” 이제천 교장의 한결같은 교육관 덕분에 천안여상은 교사도 학생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완성됐다.
착한데다 인사성이 밝고, 취업도 잘 되는 천안여자상업고등학교. 36년째 소나무처럼 학교를 지켜오면서 학생들을 살피는 이제천 교장과 교직원이 함께 만든 걸작임에 틀림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