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삼론종(三論宗)은 인도의 고승 용수보살이 중론(中論)과 백론(百論), 십이문론(十二門論) 등 삼론을 주요경전으로 삼아 성립한 종파다. 서울시 중랑구에 자리 잡은 삼론종 보운정사를 찾아 상화당 도우 주지스님을 만나 뵈었다.
쉬운 언어로 부처 말씀 전하는 데 힘써
우선 삼론종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도우 주지스님은 “구마라십을 개단자(開端者)로 하여 도생. 담제. 승랑대사에 이르러 학문적 위대성과 중국불교에 끼친 큰 공적을 남긴 그 맥을 이어 대승불교의 계승발전을 위해 1989년 4월 1일 대산당 혜봉 조사님께서 대한불교 三論宗을 창종하셨고, 지금은 포천 소흘읍 소재 대한불교 삼론종 보문정사에 주석하시는 각몽당 혜승 종정예하를 모시고,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도우스님은 10년 동안 매달 회보를 만들며 삼론종 전파에 힘써 왔다. 글을 작성하고 제본과 편집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 하며 강조한 것은 경전을 이해하기 쉽게 알리는 일이었다. 일반인들이 난해하고 어렵다고 여기는 경전이지만 사실은 누구든 수월하게 접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도우스님은“원래 경전은 아주 쉬운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만 되면 알아들을 정도 수준이다. 신라에서 고려와 조선을 거쳐 내려오면서 지배 계층에서 신분이 낮은 사람은 접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어려운 한문으로 작성해 버렸다. 귀족 종교로만 전승되면서 일부 특권층을 위한 종교가 된 것 같아 안타깝다.”는 뜻을 전했다.
도우스님은 삼론종의 기본 교리에 대해서도 쉬운 언어로 설명해 주었다. “우선 중론(中論)은 ‘모든 사람을 편견 없이 똑같이 사랑하라’라는 것이며, 백론(百論)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되 내편을 만들려 하지는 마라. 즉, 사랑을 주는 것으로만 끝내라’라는 것이다. 공(空)사상이 바로 이 것이다. 마지막으로 십이문론(十二門論)은 ‘편견과 아집으로 시시비비를 가리지 말고, 대중의 뜻에 따라 화합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기복신앙으로서의 불교 경계, 오로지 법회로 이끌어
보운정사는 지금껏 찾았던 여타 사찰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가장 큰 차이는 도우스님은 순수 법회로만 보운정사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불교는 기복신앙으로서 역할이 커지면서 여러 폐단도 나타나고 있는 상황인데, 보운정사에서는 복을 비는 불공, 소원성취를 위한 기도 등은 일절 행하지 않는다. 도우스님은 “부처님께서는 점을 치거나 관상과 수상을 보는 것을 금기시했다. 제다의 의식을 행하지 말라고 하신 것을 30년 동안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다보니 주위에 스님들조차 어떻게 절을 운영할 수 있는가 의아해 할 정도라고.
도우스님은 “복은 부처가 주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신도들도 처음에는 이런 말들을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차츰 믿기 시작하고 있다.”라고 전하고 “인근 사찰에서는 대부분 불공 위주로 사찰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보운정사에서는 예불부터 해서 정식 법회만을 한다. 이에 여타 사찰에도 파급 효과가 커 정식 법회를 하기 시작하더라.”며 이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신도들을 항상 가족처럼 여기며 신도들의 경⦁애조사가 있을 때면 모든 신도들이 함께 축하해주고, 위로하며 함께 하는 결속력은 어느 사찰보다 강하다고 자부했다.
오유지족(吾唯知足)이라고 즉, ‘남과 비교하지 말고 스스로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삶을 강조하지요.‘ 예를 들자면 25여년전, 본 사찰에 처음 온 보살님께서 다음 주에 아들이 군대를 간다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온갖 걱정을 솟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보살님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몸과 마음이 건강하니까 군대를 가는 것이고 또한 대한민국 영토와 국민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말입니다. 만약 보살님의 아들이 몸과 마음에 이상이 있어 군대를 갈 수 없는 아들을 원하십니까?’]라 하는 말에. 보살님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웃으면서 돌아 가셨는데
그 보살님은 지금까지 휴일이면 아들과 며느리 손자를 데리고 절을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도전하라, 플러스 인생을 살아라!
계묘년 (癸卯年) 새해를 맞아 마음에 새길 수 있는 좋은 말씀도 청해 들었다. 도우스님은 우선 ‘갈망하는 것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강조하며 아무리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희망을 잃지 말고 열심히 정진하라고 전했다. 이는 최근 책을 통해서도 유행했던 ‘시크릿 법칙’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고목은 100년, 200년이 되어도 봄이 되면 잎이 피고, 여름이 되면 열매를 맺는 이유가 다름이 아닌 죽는 그날까지 조금씩 성장하는 데 있다 반면, 인간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퇴보를 한다. 흔히들 ‘마음은 청춘인데 몸은 늙었다’고 하면서 실상은 그 반대다. 몸보다도 마음이 먼저 늙어 버리는 것이다.
이를 경계해야 한다. ‘내가 이 나이에’ 혹은 ‘내가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는 순간 노인이 된다. 따라서 죽는 순간까지 희망을 갖고 도전해야 한다. 그래야 언제나 청춘처럼 활기찬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가르침이었다. 도우스님 역시 예순을 넘은 나이지만 새벽마다 2시간씩 운동을 하고, 오후에는 두 시간씩 색소폰 연주를 한다. 악기를 배운 지는 이제 2년 차인데, 신명 나는 찬불가를 만들고 싶어 도전하는 중이라고 했다. “기독교적인 내용을 담은 대중가요가 있는 것처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노래를 몇 개 만들고 싶다. 노래방에 가서 춤추면서 부를 수 있는 찬불가를 작곡할 것이다.”라고 말하는 도전정신이 인상적이었다.
더불어 ‘마이너스 인생을 살지 말고, 플러스 인생을 살라’라는 말씀도 전했다.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는 순간 마이너스 인생이 되고 만다.
비록 자신의 배우자가 능력이 좀 부족하여 어렵게 살지라도 배우자 덕분에 가정을 이루고 자식까지 있다는 생각을 갖는 순간 플러스 인생이 되는 것이다.“]
“태양이 회전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의 자전으로 인해 밤과 낮이 생기듯이 행복한 사람은 실현 가능한 희망과 꿈을 향해 정진하지만 불행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으로 불가능한 희망과 꿈을 꾸기에 항상 좌절한다.” 불교에서 욕심을 버리라는 것은 세상의 물질에 대한 탐욕 그 자체를 버리라는 것이 아니라 ‘내 능력 이상을 탐하지 말라’는 것이다. 스스로 가진 것에 만족하며, 가진 것을 주변에 나누어 줄 수 있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 대체 부지 마련해 이어갈 수 있기를
이처럼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많은 신도들이 찾는 보운정사는 안타깝게도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곧 부지가 재개발되기 때문이다. 도우스님은 중랑구 차원에서 대체 부지를 마련해 사찰 운영을 이어갈 수 있게 해 달라는 부탁을 전했다. 사찰 소유권은 포기할 수 있으니 종교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으면 한다는 것. 직접 만나본 도우스님은 진정 부처님의 뜻을 실천하고 불교의 발전을 위해 정진하는 스님이었다. 부디 삼론종 보운정사, 도우스님의 가르침이 널리 전해질 수 있도록 부지 문제가 잘 해결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