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에 있는 아산주조는 80년이 넘는 시간을 자랑하는 역사가 있는 양조장이다. 이곳에서 나오는 막걸리는 전통방식으로 정성껏 만든 ‘진짜배기’ 막걸리다. 조부때부터 시작된 아산주조를 박진영 대표가 맡아 3대째 이끌어오고 있다. 아산주조의 막걸리는 고창군 전 지역에서 만날 수 있을뿐 아니라 서울 외 도심지역으로도 유통되고 있다. 아산주조만의 맛에 반한 소비자들의 반응 때문이었다.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을 지닌 막걸리
아산주조의 막걸리를 한 번이라도 맛본 소비자들은 깔끔하면서도 깊은 그 맛에 반한다. 술 좀 한다는 사람들은 모두가 인정하는 맛이다. 서울쪽으로 유통이 시작된 것도 맛에 반한 소비자 때문이었다. 아산주조의 막걸리를 먹어보고 그 맛에 빠져들어 직접 유통을 하겠다고 나선 것. “제가 담근 막걸리를 드시고 너무 맛있다고 하신 소비자가 직접 유통을 하시겠다고 나섰고, 그로 인해 현재 저희 막걸리는 호텔과 골프장, 한정식 식당 등에 납품되고 있습니다.”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고객들의 마음까지 순식간에 사로잡았고, 수도권 유통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서울지역에서 만날 수 있는 아산주조의 막걸리는 ‘프리미엄’ 막걸리로, 재료부터 다르다. “일반 막걸리와는 달리 밀가루를 베이스로 한 저희 막걸리에는 찹쌀과 인삼이 들어가는 것이 특징입니다. 옛날 전통방식 그대로 지금도 항아리에 발효를 시켜 막걸리를 만들고 있죠.” 3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아산주조만의 특별한 비법으로 만들어진 막걸리는 깔끔하고 뒤끝이 없다. 막걸리를 좀 아는 사람들은 그 맛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전국적으로 알려진 유명 막걸리보다 더 맛있다”는 것이 그들의 평가다. 아산주조의 막걸리는 젊은 층에게도 “인생 막걸리”라 불릴 만큼 인기가 많다. 이러한 평가 뒤엔 박 대표의 노력이 있었다. 변화하는 식문화, 현대인들의 취향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전통방식을 고집하면서도 맛에 대한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현대사회의 식문화는 과거와는 다르게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과거엔 막걸리를 놀이와 함께 즐겼다면 현대사회에선 그러한 문화가 사라졌죠. 대신 맛과 분위기를 중시하는 추세가 되었습니다. 단맛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을 위해 조금씩 맛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죠.” 연구 끝에 만들어진 막걸리는 남녀노소 누구나가 좋아하는 맛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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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롭고 고집스러운 방식으로 더 깊어지는 맛
박 대표는 막걸리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지니고 있다. 복분자, 밤, 고구마 등 여러 가지 재료를 가미해 만드는 막걸리에는 향을 첨가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그 재료가 들어가야 한다는 것.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에게 기본 재료 외에 특정한 재료의 향이 첨가된 막걸리들은 순간적인 맛을 느끼게 할 순 있습니다. 하지만 깊은 맛은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인공적인 부분을 최대한 가미하지 않는 것이 본질의 맛을 낼 수 있는 방법인 것이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인공감미료를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일시적인 인기를 위해 소비자를 속이지는 않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박 대표는 자신이 직접 만드는 막걸리에 진짜 재료를 넣는다. 그는 고창에서 난 농산물을 이용한다. 고창의 농산물을 이용하기 위해 다른 재료들을 넣어 막걸리를 만드는 방식도 연구하고 있다.
전통방식으로 막걸리를 만들지만 박대표는 제조에 있어선 누구보다도 엄격한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식문화에 있어 소비자들은 무척 까다롭습니다. 100번 맛있다가도 1번 맛이 없으면 다 돌아서는 것이죠.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생막걸리이기 때문에 특히나 꼼꼼하고 까다롭게 품질을 관리 해야해요.” 제조과정에서 최상의 습도와 온도를 유지시키기 위해서 시설관리에도 큰 공을 들이는 그다. 이렇게 잘 만들어진 막걸리에 대해 태국 등 동남아 지역에서 수출 요청도 있었다. 하지만 생막걸리의 특성상 유통과정이 까다롭기 때문에 본연의 맛 유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박 대표는 욕심을 내지 않았다. 해외는 아니더라도 고창과 수도권 지역뿐 아니라 타지역에서도 맛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온라인 판매가 불가능해 그럴 수 없는 실정이라고. “온라인 판매는 전통주에 한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전통주 중엔 전통과는 거리가 먼 술이 많은데, 정작 명맥이 있는 우리 술 막걸리는 온라인 판매가 어렵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죠. 전통주 면허가 있는 이들만 온라인 판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한계에 부딪힐 때가 있습니다.”
고창의 농산물을 막걸리에 사용하는 박 대표는 고창군 지역 특산주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여기엔 또 하나의 고민이 있다고 한다. “고창의 특산주가 되려면 국내산 밀가루를 써야 하는데, 가격이 10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합리적인 공급가격을 위해선 수입산을 쓸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저희가 전통성을 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행정적인 방식으로는 고창군의 특산물이 될 수 없는 형편입니다.”
이러한 현실적인 벽이 있음에도 가장 양심적으로, 정성껏 술을 담구는 아산주조 막걸리의 가치는 누구보다 소비자가 가장 잘 안다. 우리 전통의 깊은 맛, 그 맛을 내기 위해 박 대표는 오늘도 항아리에 직접 술을 담는다.